‘美주식 1세대’ 김세환·‘AI 신예’ 양승윤…펀드매니저가 뽑은 애널리스트는? [2025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2025. 7. 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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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25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2025년 상반기 한경비즈니스가 새롭게 개편한 섹터 체계에 따라 ‘베스트 애널리스트’ 36개 부문에서 34인과 팀 1곳이 선정됐다. 변화하는 산업 구조와 투자자 관심을 반영한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 산업군의 통합과 분리, 신설이 잇따르며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했고 낯익은 이름도 부문을 달리해 재등장했다. 전통의 강자는 타이틀을 지켰고 새롭게 조명된 테마에서는 신예들이 이름을 올렸다.

 시대의 부름에 탄생한 샛별

한경비즈니스는 1999년부터 국내 연기금·자산운용사·은행·보험사 등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베스트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를 조사하고 있다.

1529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린 연구원은 총 6명. 특히 올해 신설된 ‘AI·로보틱스’, ‘글로벌 기업분석’, ‘방산·우주·기계’ 부문에서 해당 분야에 집중해온 애널리스트들이 첫 1위 주인공이 됐다.

AI·로보틱스 부문은 ‘시대의 부름’ 속에서 신설된 섹터 중 하나였다. 특히 생성형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기술의 상업화 기대가 쏟아지며 ‘누가 이 부문의 첫 타이틀을 가져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영광의 주인공은 유진투자증권의 양승윤 연구원이다. 로봇산업을 중심으로 방산·조선·항공·운송까지 커버하는 그는 산업 간 연계와 구조적 변화를 중시하는 리서치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로봇 분야에서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냉정하게 짚은 ‘아직은 꿈속의 로봇’ 리포트가 상반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1993년생, 2022년 데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해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주목한 애널리스트 1위에도 오르며 돌풍의 중심에 섰다. 일본 종합상사 소지쓰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한 이색 경력의 보유자로 투자와 산업을 동시에 이해하는 ‘상사맨’ 출신 신예다.

서학개미의 부상은 리서치 지형도마저 바꿔놓았다. 기존의 글로벌 투자 전략만으로는 개별 종목 분석에 목마른 투자자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글로벌 기업분석’ 부문이 신설됐다.


이 부문 첫 1위의 주인공은 KB증권의 김세환 연구원이다. 경제학 석사, 회계학 박사인 그는 “숫자와 재무를 보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본질”이라는 철학 아래 매출과 이익, 자본 대비 주가 흐름 등을 숫자로 해석하는 리포트를 꾸준히 냈다. 특히 2008년부터 해외주식 업무를 시작해 미국 주식 리서치가 태동하기 전부터 리포트와 강연, 포맷 구축을 도맡아온 업계 1세대로 평가받는다. KB증권 내 미국 기업 리포트 포맷과 밸류에이션 구성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미국 주식 투자 철학과 밸류에이션 모델을 설명하는 ‘글로벌 기업분석의 이해’가 그의 대표작이며 매월 발간하는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 시리즈는 종목 간 비중 조절과 리밸런싱 전략을 담아낸 실전형 리서치로 ‘서학개미의 교과서’로 통한다.

상반기 자본시장은 ‘조방원’(조선·방산·원전) 트리오의 독무대였다. 수주 랠리와 지정학 리스크, 정책 모멘텀이 맞물리며 관련 종목이 시장을 주도했고 그 흐름은 리서치 체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이번 평가에서 기존 ‘조선·중공업·기계’ 섹터는 ‘조선·중공업’과 ‘방산·우주·기계’로 분리했다.


신설된 ‘방산·우주·기계’ 부문에서 첫 1위의 주인공은 신한투자증권 이동헌 연구원이다. 대표작 ‘끝나지 않는 구조적 성장’은 올 하반기 섹터 전반의 ‘긴 사이클’ 구조를 진단한 전망 리포트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원은 “산업재 투자의 핵심은 사이클의 길이를 가늠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정학·정책·공급망·기술의 변화를 일별하며 데이터에 빈틈이 없도록 분석을 이어간다. 기계공학과 재무금융을 넘나든 이력에 2010년 증권사 입문 이후 장기간 산업재를 파고든 깊이가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는 “이해되지 않는 데이터를 그냥 넘기지 않고 시장의 공통된 믿음조차 다시 묻는 태도”를 리서치의 본질로 꼽는다.

강자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처음으로 정상을 차지한 ‘최초 1위’ 주인공들도 주목받았다.


NH투자증권 이화정 연구원은 ‘엔터·레저·미디어’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부문 정상에 올랐다. 기존 엔터·레저, 미디어·광고로 나뉘어 있던 섹터가 하나의 섹터로 묶이며 더 넓고 유기적인 분석이 요구된 상황에서 트렌드를 직관과 데이터로 동시에 해석해낸 감각이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이 부문은 그간 하나증권 이기훈, 신한투자증권 지인해 연구원이 번갈아 왕좌를 차지해온 전통 강자들의 격전지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기훈·지인해 연구원이 각각 2·3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였지만 이화정 연구원이 총점 4777점으로 두 강자를 제치며 새로운 이름을 새겼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재무팀을 거쳐 NH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2018년부터 줄곧 미디어·엔터 섹터를 커버해온 전문가다. “미디어·엔터는 결국 트렌드를 얼마나 정확히 읽느냐의 문제”라는 그는 소셜미디어와 소비자 접점을 통해 직접 분위기를 체감하며 인사이트를 채운다.


현대차증권 장문수 연구원은 ‘자동차·타이어’ 부문에서 첫 정상에 올랐다. 자동차·모빌리티 리서치에 매진해온 그는 ????년 현대차증권으로 둥지를 옮기며 산업 분석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했다. ‘현대차증권 소속’이라는 배경이 주는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그는 이를 글로벌 OEM 구조와 산업 지형에 대한 정면 돌파형 리서치로 돌파했다. 지난 5월 중국과 유럽 현지를 직접 밟고 쓴 두 편의 리포트는 그 사례다. 그의 분석력은 서울대 공학, 연세대 경제학, 성균관대 기술경영 박사 수료라는 다학제적 이력을 통해 입체적으로 형성됐다. 산업과 기술, 정책과 자본시장까지 ‘입체적 읽기’가 가능한 애널리스트다.


 다시 왕좌로, 베테랑의 아성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에서는 오랜 기간 왕좌를 차지한 하나증권의 아성을 깨고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과 메리츠증권 최설화 연구원이 각각 미국·선진국, 중국·신흥국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특히 김용구 연구원은 ‘최초’이자 ‘베테랑’이다. 글로벌 투자전략 부문에서는 첫 수상이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데일리시황’과 ‘파생전략’ 부문을 동시에 석권했던 2관왕 출신이다. 2020년 이후 투자전략 부문으로 무대를 옮긴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병행하며 한국 투자자 관점에서 세계 시장을 읽는 ‘통합 전략’에 집중해왔다. 한국 주식시장과의 연계 속에서 시장 변곡점을 해석하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짜는 접근법이 김 연구원의 강점이다.


2023년 첫 베스트를 딴 최설화 연구원도 중국·신흥국 부문에서 다시 아성을 찾았다. 그는 올해 초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딥시크’를 다룬 리포트를 낸 인물이다. 로봇·반도체 등 타 산업과의 연결성과 신호를 포착하는 리서치로 다시 1위 자리에 복귀했다.


김수현 연구원은 2020년 ‘지주회사’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였지만 이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하우스를 총괄하면서 순위경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 상반기 센터장 겸 애널리스트라는 이중 역할 속에서도 다시 1위에 오르며 베테랑의 저력을 증명했다. 대표 보고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발표 당일 작성한 ‘삼성그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코멘트’와 상법 개정 이후의 시장 흐름을 짚은 ‘낡은 관행의 퇴장과 새 질서의 시작’. 빠르고 명확한 해석, 제도 변화에 대한 전략적 분석이 시장 반응을 이끌었고 해당 주제로 지금까지도 기업 IR과 기관 대상 세미나 요청이 줄을 잇는다는 후문이다.


원자재·디지털자산 부문에서는 다시 한번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의 이름이 1위 자리에 올랐다. FICC리서치팀을 이끌며 원자재 분석가가 아닌, 금리·크레딧·외환·대체투자까지 아우르는 전략가로 성장했고 이번 수상은 그 총체적 시선이 다시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는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2분기, 그리고 하반기 전망까지 이어지는 4건의 리포트에서 줄곧 ‘금, 은, 동(구리)’을 강조해왔다. 특히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의 높은 변동성에도 이 세 자산군의 상대적 강세를 정확히 읽어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단, 디지털자산 리서치는 여전히 제도권 밖이었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는 흐름을 반영해 기존 ‘원자재’ 부문이 올해 상반기부터 ‘원자재·디지털자산’으로 확대됐지만 상위권은 모두 전통 원자재 분석가들이 차지했다. 디지털자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애널리스트가 드물고 자본시장의 인식 역시 여전히 보수적인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소형사 애널리스트의 부상 

2개 섹터에서 1위를 차지한 ‘2관왕’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관왕을 놓치지 않았다. 리서치센터장으로 하우스를 총괄하면서도 반도체와 전기전자·스마트폰 부문에서 동시에 1위에 올랐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10회 이상 연속 수상한 ‘터줏대감’들도 건재했다. 김동원 연구원을 비롯해 하나증권의 윤재성(석유화학), 최정욱(은행·신용카드), KB증권의 이은택(투자전략)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포함해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위를 지킨 애널리스트는 총 2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총 13개 증권사에서 배출됐다. 하나증권(9개), KB증권(6개), 신한투자증권(6개) 등 대형사가 상위를 지킨 가운데 DS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며 의미를 더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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