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는 옛말…점점 낮아지는 '알코올 도수'

윤서영 2025. 7.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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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처음처럼, 알코올 도수 '16도'로 통일
음주 문화 변화…취향 중시하는 MZ세대 주도
일시적 유행 넘어 새로운 기준…차별화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주류 시장에 '저도주(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데다, '부어라 마셔라'하던 과거 술자리 문화와 달리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에 주류업계는 도수를 낮춘 제품들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다.'16도'의 전쟁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췄다. 지난 2021년 이후 4년 만의 조정이다. 당시 롯데칠성음료는 16.9도였던 처음처럼의 도수를 0.4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는 2006년 첫 출시 때(20도)보다 총 4도가 낮아지게 됐다.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국내 소주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하이트진로 역시 저도수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2년 '진로(진로이즈백)' 도수를 기존 16.5도에서 16도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에는 '참이슬 후레쉬' 도수를 16도에 맞췄다. 주류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는 대표 매실주인 '매화수'의 도수도 12도에서 9도로 낮췄다.

/그래픽=비즈워치

신제품들도 낮은 도수가 특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제로슈거 소주인 '새로'에 참다래(키위) 과즙을 넣은 '새로 다래'를 기존 새로 제품보다 4도 낮은 12도로 출시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시장에 새롭게 내놓은 '진로 골드'도 진로보다 0.5도 낮게 출시됐다. '소주 도수의 마지노선'으로 불린 16도의 벽을 모두 허문 셈이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서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희석식 소주의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희석식 소주의 총 출고량은 1년 전(84만4250㎘)보다 3.4% 줄어든 81만5712㎘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91만5596㎘)과 비교하면 10.9% 감소한 수치다. 희석식 소주와 함께 서민들이 즐겨찾는 맥주 출고량도 지난해 163만7210㎘로 전년(168만7101㎘)보다 3.0% 줄었다.낮아야 잘 팔린다

반대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볼 등 리큐르 제품은 성장하는 추세다. 리큐르 출고량은 2022년 3151㎘에서 이듬해 3406㎘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4899㎘로 늘었다. 3년 새 55.5%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술이지만 술이 아닌'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644억원 수준이던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7년 2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같은 흐름은 음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만큼 변화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가 음주 문화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어떻게 마시는지'가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과한 것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저도주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부터 약 20년간 대중화된 소주 도수(25도 안팎)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최근 음주 문화를 주도하면서 저도주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는 있다. 주류업계의 소주 도수가 대부분 16도로 통일되면서 차별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소주 포트폴리오가 겹치면서 주류업계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처음처럼의 경우 이번 리뉴얼을 통해 제로슈거로 전환한 탓에 자사 새로와 '내부 경쟁'을 펼쳐야 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체품 취급을 받았던 저도주 제품들이 지금은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가 됐다"며 "앞으로는 도수뿐만 아니라 맛과 원료, 기능 등을 다양화한 제품들을 출시해 개인화된 소비자 니즈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s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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