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이번 상법 개정이 중요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5. 7.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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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7월 초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이 비상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시', '상장회사 사외이사 독립이사로 변경',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대규모 상장회사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등 기존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조항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익 보호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이다. 개정 전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가 개정 후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로 주주가 추가된 것이다. 당연한 표현이 추가된 것 같지만, 나름의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특정 대주주가 아닌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특히 소액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계는 지금까지는 일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회사에 손해가 없으면 처벌되지 않았던 경영 관행들까지 앞으로는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확실히 배임죄 성립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법원은 '이사는 위임계약에 따른 회사의 사무처리자'일뿐이며,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개정법이 시행되면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자로도 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배임죄를 엄격하게 묻지 않았던 '신주발행 시 가장납입', '불공정한 합병비율', '저가의 제3자 배정 전환사채 발행'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논란이 많았던, 상장회사가 핵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여 자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처럼 회사에는 손해가 없지만 주주에게는 손해가 생기는 경우에도 배임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수주주가 이사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이사의 의사결정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나 총 주주 이익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일부 대표소송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소수주주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 직접 특정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법원은 고의나 중과실 행위로 주주에게 직접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이사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제는 충실의무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못지않게 사외이사의 독립이사로의 명칭 변경도 기업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개정 상법에는 상장회사의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기존 상장회사 '사외이사(outside director, external director)' 제도의 명칭을 '독립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전환하고, 독립이사의 이사회 내 의무 선임 비율을 기존 1/4 이상에서 1/3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독립이사는 회사 내의 대리인 문제, 특히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따른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주주를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제도는 실질적인 독립성은 결여된 채,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단순히 회사 바깥에 있는 교수, 회계사, 관료 출신 인사 등을 사외이사로 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 있어 견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립 사외이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다.

다만 이번 개정 상법에 실질적인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니며 기존 상장회사 사외이사 요건과 결격사유는 유지하면서, 용어를 독립이사로 변경하여 독립성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상장회사 특례규정상 사외이사가 독립이사로 대체되는 구조다. 독립이사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의무가 무엇인지, 독립이사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독립이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종전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독립이사 자격 요건이나 결격사유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독립이사 의무 선임 비율의 증가로 추가 선임이 필요한 기업들은 후보자 물색에 나서고 있으나, 구인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에 비해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향후 매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을 대체할 적합한 독립이사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이번 개정 상법에는 상장회사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3% 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현재 상법상 일정한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하는 감사위원회의 경우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하는 때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하는 때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어, 대부분의 회사는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상법으로 독립이사인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의 경우에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주식을 합산하여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감사위원 선임·해임에 대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된다.

또한 지금까지는 전자주주총회 개최가 이사회 결의 사항이었으나, 2027년부터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개최가 의무화된다. 현재 일부 상장회사에서 시행 중인 전자주주총회는 참석한 주주가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현장병행형 주주총회 중 '참관형 주주총회'였다. 그러나 개정상법은 전자주주총회 참석 주주들도 실시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결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참가형 주주총회' 실시를 명문화하였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로 인해 주주총회 참석이 보다 용이하게 되어 소수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제고되고 의결권 집중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어떻게 원격 출석 주주가 실제 주주인지 확인할 것인지, 또 질문권과 동의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새롭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로서는 일차적으로 IT 인프라 구축 등 기술적인 준비를 철저히 갖추는 것은 물론, 전자주주총회의 도입에 따른 주주총회 운영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되는 반면, 전자주주총회 도입은 2027년 1월부터, 나머지 조항들은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상법에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제도는 여·야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추후 검토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으므로, 추가 개정이 있을 수 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 시 총 주주 이익 고려', '의사결정 근거의 확보 및 공시', '독립위원회 설치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적극적인 IR 및 주주와의 긴밀한 소통'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주주의 이익이 곧 회사의 이익이고, 주주의 손해는 곧 회사의 손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 상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밸류업을 향한 진정한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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