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력, 현장의 자잘한 사연에 주목해야[박찬희의 경영전략]

플랫폼은 다양한 사업자와 사용자들을 연결하면서 가치를 만든다. 더 편하든지 더 잘 연결되든지 아무튼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플랫폼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남다른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 다른 플랫폼에 흡수된다. 쿠팡이 주도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다른 온라인 사업자는 물론 오프라인 업체들이 입지를 잃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플랫폼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용자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정보교류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함께 더 많은 사용자가 모이면 더 많은 사업자가 모이고 다시 확대된 사업 기반이 사용자를 불러 모으는 교차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해서 이런 상승작용을 뒷받침하는 편하고 안정적인 IT 시스템과 거래규약(protocol)을 전략의 핵심으로 보았다.
사용자가 몰리면 시스템이 느려지다 먹통이 되고 사용자 접촉면이 불편해서 찾아보기도 힘들면 사용자는 물론 사업자들도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느리고 불친절한 배송, 짜증나는 반품-환불 과정도 마찬가지. 아마존 같은 거래 플랫폼은 물론이고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콘텐츠 플랫폼 역시 편하고 안정적인 시스템과 거래규약이 받쳐줄 때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다양한 접촉면과 사용자 체험
다양한 사업자와 사용자가 맞물린 사업적 관계에서 사업의 주도권은 이러한 관계를 이어준다. 특히 사용자접점(user interface)을 확보한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사용자 접점에서 긍정적 혹은 의미 있는 체험이 형성되고 나아가 쌓이면 주도권은 더욱 확실해진다.
사용자가 정보를 얻고 체험하며 구매결제와 고객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여러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온라인 검색과 결제가 원활해도 배송이나 반품수거에서 불편함이 생기면 짜증으로 남고 마음에 안 들어 반품하려던 옷도 친애하는 아이돌 스타가 입은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뜨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무리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도 사용자들의 모든 접촉면을 장악할 수는 없다. X(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막강한 플랫폼들이 있고 방송, 광고,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서비스까지 얽혀 있는 판에 아마존의 접촉면은 제한된 검색-쇼핑 화면과 오프라인 접점에 그친다. 이 고유의 사용자 접점에서 편하고 안정적인 사용자 체험을 만들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여러 채널에서 정보에 노출되니 때론 혼란스럽다. 운동화 하나 사려고 쇼핑 플랫폼에 들어가면 비슷한 상품이 너무 많다. 애써 가닥을 잡고 돌아보다 관련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찾다 보면 한나절 금방 가니 허탈하다. 최근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런 사용자 체험에 착안해서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서 제공하는 큐레이션(curation)을 주요 전략 테마로 주목하고 있다. 운동화를 여러 테마에 맞추어 분류하고 관련된 상품과 함께 모아서 추천하는 개념이다. 아마존의 원래 사업모델인 책 거래의 경우 여행, 스포츠, 요리 등 특정 테마에 초점을 둔 ‘전문적 서점’들이 모인 북샵.org가 주목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다른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사용자의 마음에 딱 맞는 똑똑한 조언을 위해선 세밀한 정보판단이 필요하다.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이 각별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OTT 서비스의 화면구성(UI)과 콘텐츠 추천은 이런 큐레이션 개념을 일찍 도입하고 있는데 쇼핑과 달리 사용자의 직접적 정보제공이 제한적이라 고민이 많다.
사용자가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용자 체험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회사와 제품의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는 정보검색과 판단을 돕고 심리적 충족감을 준다. 고유의 스토리가 생각의 길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과 흡인력을 가진 사업자는 스스로 거래의 중심이 된다.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 브랜드는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자기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백화점에 들어갈 경우 매우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다. ‘나를 통해 세상이 연결되는’ 이른바 사용자 접점(UI)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온라인쇼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 접점과 체험을 놓고 브랜드와 경쟁하는 셈이다.
편하고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현하는 IT솔루션이 보편화된 반면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읽고 시장의 현실에서 풀어가는 구체적인 능력이 플랫폼의 가치를 결정짓게 됐다.
피드백 정보와 학습효과
사용자 접점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긍정적 사용자 체험을 형성하려면 오프라인 기반과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운영체제를 도입하고 인공지능으로 최적화된 쇼핑정보를 제공해도 원하는 시간에 배송되지 않으면 짜증이 난다. 반품 보내려고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아까운 시간을 내어 배송센터까지 가야 한다면 사업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마존은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을 제공하는 프라임(Prime)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오프라인 물류기반을 확충했다.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 결제, 보관, 배송을 대행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제공해서 오프라인 투자 부담을 덜고 주문처리와 물적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오프라인의 사용자 체험에 주목한 전략이다. 오프라인의 배송기사는 사용자 체험을 좌우하는 플랫폼의 얼굴이자 현장의 상황을 확인해서 전달하는 정보 담당자다.
사용자와 사업자의 불만은 플랫폼을 똑똑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소중한 자원이다.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면 사실 답은 거의 나온 셈이고 해결 과정에서 사업모델이 진화한다. 생태계 전반의 변화를 책상머리에서 읽을 수 없고 빅데이터는 구체적 문제를 놓고 분석할 때 살아 숨쉬는 정보가 된다. 더 넓은 사용자와 사업자의 기반을 가진 플랫폼은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하며 진화하므로 더 강력해진다. 지리정보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곳곳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려면 교통흐름과 사고현황, 도로 여건에 대한 공공정보에 더해서 주요 지점의 사업자 현황, 버스-택시 정거장 이동, 이면도로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서 반영해야 한다. 예컨대 XX극장 삼거리, XX역 X번 출구라는 안내를 보시라. 가입자 차량의 이동현황을 수집할 수 있어도 지리정보 확인을 위해 ‘노동집약적인’ 오프라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배달 플랫폼은 온라인 탐색과 결제로 이루어지는 사용자 접점과 달리 이면에 노동집약적이고 현장 밀착형인 오프라인 구조를 갖고 있다. 식음료 공급업자를 발굴해서 플랫폼에 연결하고 배송 서비스를 붙이는 한편 자잘한 불만사항들을 사후적으로 관리해야 플랫폼의 경쟁력이 유지된다. 직접 찾아가서 설득하고 다투는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이면작업을 맡아주는 전문 사업자가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정보통신 기반이 갖춰지고 금융결제와 보안, 지리-교통정보와 물류 흐름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업적 기초가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곳곳에 발생하는 애로요인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인적 능력도 필요하다. 우버(Uber)의 차량공유형 사업모델이 운송수단이나 도로 여건이 전혀 다르고 결제수단이 갖춰지지 못한 동남아 국가에서 실패하고 유사한 모델을 현지 사정에 맞게 수정한 그랩(Grab)이 자리 잡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똑똑하고 편리한 플랫폼은 현장의 자잘한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만들어진다. 다양해진 정보채널과 접점에서 쏟아지는 현안들은 게으르고 거만한 자에게는 골칫거리, 세상을 바꾸려는 뜻을 가진 자에게는 주옥같은 가르침이 된다.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선우, 보좌진 법적조치 예고 ‘한 적 있다 VS 없다’ 밤샘 공방
-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0.39개… 제조업까지 휘청
- 김건희 '집사 게이트 연루' 의혹…카카오 김범수 포함 기업인 줄소환
- “AI 데이터센터발 폭등, 어제 살 걸” 효성중공업 주가 100만원 돌파
- 셰프애찬, 안보현과 함께한 브랜딩 캠페인 온에어
- “트럼프 정부에 저항” 오바마·클린턴, 잇단 총격 사망에 분노
- 지방선거 전 서울 집값 잡히나…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효과에 시장 주목
- HD현대, ‘K-지배구조’ 표준 제시…밸류업 대장주로 우뚝 [2026 기업지배구조 랭킹]
- 금 80% 오를 때 ‘금채굴기업 ETF’ 189% 올랐다
- 코스닥, 1000시대 개막…“로봇·바이오 등 종목 장세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