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와 손가락을 잃고도 다시 골프 클럽을 쥔 남자

김세훈 기자 2025. 7. 15.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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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은라렙이 드라이버 샷을 치고 있다. 게티이미지



카메룬 출신 골퍼 이사 은라렙(34)은 다리를 잃은 뒤에도 꿈을 잃지 않았다. 고된 인생의 굴곡 속에서도 그는 단 한 번도 골프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CNN은 15일 “그의 스윙을 보면 두 다리가 의족이고, 손가락 대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골프 여정은 보통의 프로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며 그를 소개했다.

은라렙은 11세에 어머니를 잃었다. 이후 계모와 함께 살았지만 곧 집을 떠나 야운데 골프클럽 인근 거리에서 생활하며 거리의 아이가 됐다. 그는 밤마다 경찰서에서 잠을 자야 했고, 어느 날은 도망쳐 골프장으로 숨어들었다. 은라렙은 “아침에 일어나니 발밑에 골프공이 있었다”며 “공을 주워 씻은 뒤 골퍼들에게 건넸더니 1달러를 줬다. 그게 골프와의 첫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은라렙은 골프장 주변에서 공을 줍고, 플레이어들의 스윙을 관찰하며 독학으로 기술을 익혀갔다. 은라렙은 이모의 도움으로 캐디 자격을 취득했고, 2009년에는 클럽 한 세트도 없이 프로 전향을 선언했다. 2015년에야 처음으로 정식 레슨을 받았다.

은라렙이 의족을 신을 준비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은라렙은 아프리카 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했고 유럽 3부 투어(알프스 투어)에 도전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2018년 이집트 대회 중 세균성 뇌수막염에 감염되며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5일간 혼수상태에 빠진 은라렙은 패혈증으로 두 다리를 무릎 아래까지, 손가락 대부분을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가 절단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나는 ‘차라리 날 죽여달라’고 말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메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벨기에에 있는 계모의 도움으로 브뤼셀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3개월 후 그는 의족을 달고 재활을 시작했다.

은라렙은 한동안 골프를 잊고 가족을 부양하며 살았다. 그러나 친구들과 딸의 응원이 그를 다시 골프장으로 이끌었다. 딸은 “아빠, 골프 다시 해야 해요”라며 손과 클럽을 고정할 수 있는 스트랩을 제안했다. 은라렙은 즉시 딸과 함께 밤 골프장으로 달려갔고, 다시 첫 스윙을 날렸다. 은라렙은 “한 손으로 50m밖에 못 날렸지만, 그게 시작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카메룬에서 코치 자격을 따고 지도자로 활동하다 2019년 선수로 복귀했다. 2021년에는 자신이 병에 걸렸던 바로 그 대회(알프스 투어)에서 컷 통과에 성공하며 ‘기적의 복귀’를 이뤘다.

은라렙이 티샷을 날리기에 앞서 드라이버에 손을 고정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은라렙은 세계 장애인 골프 랭킹 8위에 올라 있으며, 2023·2024년 연속으로 US 어댑티브 오픈 다중절단 부문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대회에는 상금이 없다. 대회 참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항공료, 호텔, 차량, 참가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1만 달러 정도를 후원받은 게 다행이었다. 그는 2021년부터 의족 회사를 만난 덕분에 무료로 보조기를 지원받고 있지만, 보조기 하나만 해도 2년마다 5만 달러 가까운 비용이 든다.

현재 그는 프랑스에 거주하며,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나는 좋은 수준의 골프를 하고 있지만 스폰서가 없으면 대회 출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골프를 위해 살고 있고 골프 없이는 살 수 없다”며 “골프는 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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