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경북에 들어오는 사람들–인구감소위기 대응의 시작

지난 20여년 동안 많은 청년들이 경북을 떠났다. 그런데 40대 이상은 꾸준히 경북으로 들어오고 있다. 40~64세 중장년들의 경우 2001년 이후 경북을 떠나간 사람보다 들어온 사람 수가 늘 많다. 2021년에는 들어온 중장년 수가 나간 수보다 9천998명, 거의 1만 명 가까이 더 많았다. 2001년 이후 2024년까지 나가고 들어온 중장년 수를 더하고 빼면 +11만3천585명이다. 같은 기간 청년(20~39세)의 경우는 –27만1천766명이다. '청년 유치'가 아니라 '중장년 모시기' 경쟁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청년유입을 위한 정책 로드맵을 세우면서 단기적으로 중장년 인구 유입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년 유출 요인은 교육과 일자리 불균형이다. 오랜 시간에 걸친 개혁과 지역균형발전이 진행되지 않는 한 청년의 발길을 막거나 쉽게 돌리기 어렵다. 그러나 중장년의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능하다. 시군 차원에서의 노력만으로도 지역으로 들어오는 중장년 지원의 효과가 날 수 있다.
물론 중장년도 한마디로 특성을 요약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집단이다. 관련 연구를 통해 중장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지역 차원의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어찌됐든 중장년은 대도시의 '지친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을 갖고 싶은 욕구가 높은 집단으로 볼 수 있다. 돈지갑을 여는 정도가 청년보다 못할 수도 있겠지만, 중장년이 들어와 마을의 빈집을 채우고 '새로운 집토끼'가 된다면? 오랜 시간 마을을 지켜온 7ㆍ80대 노인들(원조 집토끼)과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마을과 마을을 오가면서 밥도 먹고 함께 일을 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떠나간 중장년 부모를 만나러 (손)자녀들이 지역을 찾을 것이다. 생활인구의 증가 효과다.
1일 생활인구 1천만 명 이상인 서울의 면적 605.2km²보다 더 넓은 경북 청송군 846.1km² 안에 3만 명이 안되는 사람들이 산다. 지금 1년에 100명도 안되는 아이들이 태어나는 지역이다. 그런데 2024년에도 떠난 중장년보다 들어온 중장년 수가 167명이 더 많다. 지난 20년 동안 떠난 중장년보다 들어온 중장년 수가 청송군에서도 더 많다. 이들이 마을에 정착해 삶을 꾸리고 경로당을 어르신들과 소통하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송군 안덕면 신성2리 배윤기 이장을 가서 만났다. 월 건강보험료를 57만원 낼 정도로 많이 벌고 바쁘게 살던 대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50대 중반에 지역이주를 했다. 한 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지만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이주 동기를 이야기했다. "부자 노예로 사는 것보다는 거지왕으로 살고 싶어서 시골로 왔다." 으리으리한 종합병원이 없어도 청송에 정착한 후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한다. 큰병 걸리면 종합병원이 아쉽지 않겠냐고 물으니, 이렇게 살면 큰병도 안걸릴 것 같다고 웃으신다. 이주 초기 청송군의 지원사업으로 자리를 쉽게 잡았고 최근 이웃사촌복지센터 사업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장님의 사례는 도시의 경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정신적 여유와 건강, 그리고 인간적인 공동체 속에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삶의 질과 내면의 평화를 중시하며, 필요하다면 새로운 일에도 도전하는 중장년이다. 이런 중장년 수백만 명이 아니라 수백 명만 서울ㆍ수도권을 떠나기 시작해도 변화는 일어난다. 인구감소위기 지역이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다.
'인구유입'이라는 숫자의 변화 뿐 아니라 이들이 가진 경험과 역량, 그리고 새로운 가치관이 지역을 변화시킬 토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집토끼'를 찾을 수 있는 답을 경북에서 찾아보는 노력을 시작할 때이다.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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