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해서야 발견된 '대전 모자'…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은 복지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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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 3주 만에 발견된 모자가 생활고에 시달린 위기가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47개 지표에는 공동주택 관리비, 신용카드 등 금융연체 정보도 포함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지표 한 가지에 해당한다고 해서 모두 위기가구는 아니고, 여러 변수를 복합적으로 파악해 선별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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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긴급생계지원 받은 뒤 목숨 끊은 듯
위기가구 발굴 47개 지표 있지만 '무소용'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 3주 만에 발견된 모자가 생활고에 시달린 위기가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카드 결제대금 연체, 아파트 관리비 체납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생을 마감하기까지 정부의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14일 대전 서구청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관저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직감적으로 시신 부패를 인지해 출입문을 강제 개방하고 진입했다. 56㎡(약 17평) 남짓한 집 안에는 어머니(60)와 아들(38)이 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파트 복도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게 지난달 16일이고, 시신 부패 정도를 감안하면 그 즈음 사망했을 것"이라며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어머니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에서도 이를 입증하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모자는 평소 이웃과 소통이 없었다고 한다. 같은 층에 2년 전 이사 왔다는 한 주민은 "인사도 받지 않는 등 주변에 내색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했고, 같은 층의 다른 주민도 "어디가 아픈지 아들이 약봉지를 들고 가는 모습을 봤지만 교류가 없어 자세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남편과 자매 등 가족에게 연락했는데 '20년 전 이혼했다' '외국 나와서 산다' '연락을 끊은 지 오래됐다'고 했다"며 "모자는 장기간 외롭게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채무가 있고 아파트 관리비가 연체된 데다 법원의 압류 관련 통지서 등이 발견돼 경찰은 모자가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9년 한 은행이 9,000만 원 근저당을 설정했고, 지난달 16일에는 한 신용카드사가 가압류(2,716만3,099원)를 걸었다. 공교롭게 마지막으로 출입하는 모습이 CCTV에 찍힌 날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자는 근로소득이 있기도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고, 부채 누적에 카드사의 압류까지 들어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자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복지망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5월 7일 어머니는 관저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긴급생계지원을 신청했고, 구청은 이튿날 120만5,000원을 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두 차례 월초에 같은 금액을 지급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안내나 후속 모니터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도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 건강보험공단 등 21개 기관으로부터 47개 지표를 받아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췄어도 대전 모자는 누락됐다. 관저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2017년 관내로 전입한 이후 최근까지 위기 경보가 입수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위기가구를 발굴해 관할 지자체에 경보를 보내면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해당 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47개 지표에는 공동주택 관리비, 신용카드 등 금융연체 정보도 포함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특정 지표 한 가지에 해당한다고 해서 모두 위기가구는 아니고, 여러 변수를 복합적으로 파악해 선별한다"고 해명했다.
대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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