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시간 빈곤자를 찾아서

김지현 2025. 7. 15.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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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하루 10시간 배달하며 혼자 딸 둘 키우는 30대 엄마.'

'시간 빈곤자'인 그녀가 라이더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쉽게 납득됐다.

그에 비해 배달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만큼'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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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하루 10시간 배달하며 혼자 딸 둘 키우는 30대 엄마.'

유튜브 알고리즘이 안내한 영상을 봤다. 한 싱글맘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오전 10시쯤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배달 일을 하는 사연이 소개됐다. 수입을 늘리려면 평일 저녁과 주말 배달은 필수다. 직장, 육아, 가사 노동을 모두 해내야 하므로 일하는 동안 어린이집과 돌봄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겼다.

'시간 빈곤자'인 그녀가 라이더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쉽게 납득됐다. 고구마 농장 등에서 일을 하며 'N잡러'로 뛰어 봤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 아이는 시시때때로 아프고 엄마 손을 필요로 한다. 홀로 양육하니 고정적인 근무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초단시간 노동은 수입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 비해 배달은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만큼' 번다. 그녀는 오토바이 사고로 쇄골이 4조각 나는 큰 아픔을 겪었지만 6개월 만에 라이더로 복귀했다.

며칠 전 새벽 5시, 또 다른 시간 빈곤자인 택배노동자를 만났다. 택배를 보낸 이가 상세 주소를 적지 않아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즉각 응답하자 놀라 전화를 걸어온 것. "아침 일찍 연락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배송하려면 꼭 알아야 해서요." 중년 남성은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연신 사과했다. 더위를 피해 새벽부터 일에 나섰을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지만, 누구에게나 평등한 자원은 아니다. 시간 투자는 돈(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득을 위해 시간을 희생하다 보면 소득과 시간 모두 부족한 '이중 빈곤'에 갇히기 쉽다고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서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을 통해 경고한다. 사회구조상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이나 개인사업 형태로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즉 근로기준법과 각종 노동 정책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이중 빈곤에 특히 취약하다.

시간과 소득이 빈곤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거리가 멀어질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5월 사망한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 정슬기씨는 1주일 평균 74시간 넘게 일했는데, 특수고용직이라 주 52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단계적 추진을 약속한 뒤, 진정한 시간 빈곤자는 배제될 것 같아 우려된다. 법정 근로시간 일률적 단축 대신 주 4.5일제 선제 도입 기업에 '일자리 장려금'을 줘 임금을 보전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근로시간 단축이 용이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규직 중심으로 혜택을 볼 것 같아서다.

저녁이 있는 삶을 누구나 꿈꾸기 위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해법을 먼저 고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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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10130002000)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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