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비수구미 / 김양희

최미화 기자 2025. 7. 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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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구미는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위치한 오지마을이다.

오래전 화천댐과 파로호가 생기면서 길이 막혀 육지 속 섬이 된 곳이다.

비수구미는 오지 삶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진 않다.

그는 멋모르고 비수구미라는 오지 중의 극오지에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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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구미 / 김양희

백한 가지 들꽃에 살림 차린 서울 여자/ 멋모르고 왔어요 오지 중의 극오지/ 비탈길 아슬아슬 걷다 굽이 딱, 부러졌죠// 맨발이 투덜대도 말이 없는 앞 사람/ 하이힐 내던지고 그냥 따라 왔지요/ 뭐에든 부딪쳐봅니다 달뜸골에 살아요

『정음시조 제7호』(2025, 제라)

비수구미는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에 위치한 오지마을이다. 오래전 화천댐과 파로호가 생기면서 길이 막혀 육지 속 섬이 된 곳이다. 비수구미라는 이름은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즉 물소리, 구름, 화전밭을 일구었던 골짜기, 빙어 조림, 산나물 백반, 출렁다리, 모터보트, 비목탑, 세계평화의 종이다.

「비수구미」는 오지 삶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진 않다. 오지를 찾았다가 그곳에 정착하게 된 정황을 간략하게 묘파하고 있다. 진술로 이루어진 시편이지만, 삶의 진정성과 진실함이 곡진하게 묻어난다. 서울 여자가 백한 가지 들꽃에 살림을 차렸다, 라는 첫머리의 이채로운 표현이 눈길을 끈다. 그는 멋모르고 비수구미라는 오지 중의 극오지에 왔던 것이다. 동기가 된 것은 발걸음을 그곳으로 옮긴 일이 되겠지만 비탈길 아슬아슬 걷다 굽이 딱, 부러진 일이 정착의 근거가 된 셈이다. 앞에서 걷는 사람은 맨발이 투덜대도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는 것의 의미를 화자는 깊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고 있기에 잠자코 뒤좇았을 법하다. 그 당찬 결의가 하이힐 내던지고 그냥 따라 왔지요, 라는 대목에서 절실히 읽히고 있다. 도시 생활의 한 상징인 하이힐을 내던짐으로써 오지 생활은 시작된 것이다. 큰 용단이 아닐 수 없다. 말이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그 순간부터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이어졌을 것이니. 그러나 둘째 수 종장은 확고하게 단언하고 있다. 뭐에든 부딪쳐봅니다, 라면서 사는 곳이 달뜸골임을 밝힌다. 여기서 부딪친다는 표현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냥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용기 있게 부딪치고 부딪친다. 삶이 마치 부딪치는 일의 연속이라는 듯이. 그렇기에 오지에서 새 삶을 어기차게 일구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문득 달뜸골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화천군은 최전방이다.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호음로에 월하 이태극 문학관이 있다. 강원도 화천군이 2010년 7월 개관한 공립 시조문학관이다. 한국 시조문학의 거목인 월하 이태극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파로호 천변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비수구미 마을 달뜸골을 찾으면서 문학관을 방문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조의 향기와 더불어 오지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을 터이니. 무척 시적인 이름 달뜸골에 조그마한 「비수구미」시비를 세울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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