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월드컵은 2026 월드컵의 ‘뜨거운’ 예고편…폭염, 관중, 교통, 잔디 등 숙제 산적

김세훈 기자 2025. 7. 1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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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잔니 안판티노 FIFA 회장이 14일 클럽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해 어딘가를 동시에 가리키고 있다. AFP



2025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클럽 간 대항전을 넘어, 내년 북중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열릴 2026년 월드컵 리허설이었다. BBC는 15일 클럽월드컵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무엇인지 집중 점검했다.

■기상 이변과 폭염… FIFA가 맞닥뜨린 기후 리스크 : 이번 클럽 월드컵은 미국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 폭염과 국지성 폭풍 속에 진행됐다. 기상 이슈는 경기 운영뿐 아니라 선수 건강, 팬 편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규정상 번개가 10마일(약 16㎞) 이내에서 포착되면 경기는 최소 30분간 중단된다. 이 때문에 총 6경기가 지연되었고, 벤피카는 오클랜드, 첼시와의 두 경기에서 각각 약 2시간 동안 경기를 기다려야 했다. 첼시 엔조 마레스카 감독은 “솔직히 농담인 줄 알았다”며 “이건 축구가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폭염도 선수단에 직격탄이었다. PSG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런 환경은 선수는 물론 관중에게도 좋지 않다”며 고충을 전했다. 도르트문트 교체 선수들은 전반전을 탈의실에서 지켜봤고, 유벤투스는 경기 도중 10명이 교체를 요청했다.

FIFA는 내년 대회를 앞두고 경기 시간 조정, 돔구장 활용, 환기 및 급수 체계 개선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하늘과 땅’의 관중 수… 미국 내 축구 열기 시험대 : 관중 동원은 극과 극이었다. 첼시-PSG 결승전은 8만1000여 명이 몰린 반면, 울산 HD-마멜로디 선다운스 전에는 고작 3412명이 입장했다. 전체 33경기 중 4경기는 관중 수가 1만 명을 밑돌았다. 이는 낮 시간대 평일 경기, 높은 티켓 가격, 미국 내 클럽 월드컵 인지도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미국 언론인 더그 로버슨은 “월요일 오후 3시 경기에 2만 명 넘게 왔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며 “미국 팬들은 월드컵에는 열광하지만, 이 대회는 생소하다”고 분석했다.

티켓 가격 논란도 컸다. 첼시-플루미넨시 준결승 티켓은 출시 당시 약 350파운드(약 65만 원)에 달했으나, 경기 직전 10파운드(약 1만8500원) 수준까지 폭락했다. 아르센 벵거 FIFA 글로벌축구개발책임자는 “관중 수는 예상보다 높았다”며 긍정 평가를 내놨지만, 내년 월드컵에서의 흥행 보장은 아니다.

■넓은 미국 땅, 불편한 교통… ‘카타르의 편의성’과 대조 :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모든 경기장이 70㎞ 이내에 위치하고 지하철로 연결돼 관중과 선수 모두 편의성이 높았다. 반면, 미국은 대륙 규모의 이동거리와 불충분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약점으로 드러났다.

결승전이 열린 메트라이프 스타디움(뉴저지)은 지하철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관중들은 무더위 속에서 20~30분을 걸어야 했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PSG 준결승은 양팀이 교통 체증에 갇히며 킥오프가 지연되기도 했다. 하드록 스타디움(마이애미)은 대중교통이 아예 없으며, 경기 후 택시 접근 제한으로 팬들이 먼 거리까지 걸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이와 달리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은 돔구장, 대형 스크린, 좋은 접근성 등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필라델피아의 링컨 필드 또한 종합 스포츠 콤플렉스 내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났다. FIFA는 일부 도시에 한해 월드컵 티켓 소지자에게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잔디 품질 논란… “이건 골프 그린이야” : 미국 주요 스타디움 대부분은 NFL 경기에 맞춰 설계돼 잔디 품질에서도 유럽과 큰 차이를 보였다. 도르트문트의 니코 코바치 감독은 “여긴 골프 퍼팅 그린 같다”며 “잔디 길이, 관수 상태, 점착성 모두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수들은 공의 바운스와 회전, 습도에 따른 잔디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잔디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FIFA는 내년 월드컵에 앞서 보다 긴 잔디 정착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나, 미국의 다양한 기후 조건을 고려할 때 도시별 맞춤형 잔디 유지가 핵심 과제가 되리라 전망된다.

■경비 강화… ‘트럼프 효과’와 대회 보안 수준 : 첼시-PSG 결승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경비 수준이 대폭 상향됐다. 1년 전 트럼프 피격 시도 사건이 벌어진 날과 같은 날짜였던 만큼, 미 비밀경호국 요원이 배치되고 경기장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포진했다. 필라델피아, 마이애미, 올랜도 등 주요 개최지에서는 경찰 특수기동대와 폭발물 탐지견, 이중 보안 검색선이 설치돼 팬들은 입장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수준의 보안은 내년 월드컵에서도 강화되리라 예측된다. 미국 입국심사, 이민세관국 경비대가 관여할 경우 국제 팬들에게 추가적인 안내와 지원이 필요하다.

BBC는 “이번 클럽 월드컵은 2026 월드컵을 앞두고 개최국 현실적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며 “FIFA는 경기 시간 조정, 기후 적응형 시설 투자, 티켓 가격 정책 개편, 대중교통 시스템 보완 등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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