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혜은이 “인생도 노래도 내려놓으니 술술”

윤수정 기자 2025. 7. 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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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한 달간 대학로서 공연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혜은이는 “인생도 노래도 내려놓으면 수월히 풀리더라”고 했다. “이제야 음악이 천직이 된 것 같다”는 그는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달 동안 공연한다./ 고운호 기자

가수 혜은이(71)의 목소리는 매우 맑다. 당대 최고 작곡가 중 한 명인 길옥윤이 쓴 혜은이의 데뷔곡 ‘당신은 모르실 거야’(1975)를 들으면, 심이 단단하면서도 청초한 분위기의 음색이 서글픈 이별 노래조차 청량함을 느끼게 한다.

여름마저 잠시 잊게 해줄 혜은이의 청량한 목소리를 한 달 내내 들을 수 있다. 데뷔 50주년을 맞아 오는 19일부터 8월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열리는 소극장 공연 ‘혜은이 썸머파티’에서 말이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혜은이는 공연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1980년대 국내 디스코 열풍을 일으킨 ‘제3한강교’처럼 정말 신나는 제 노래를 쭉 들려드릴 거예요. 그리고 다 함께 춤출 시간도 마련해야죠.” 그는 “그러니 남성 팬들께서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와서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성기엔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 책받침을 애용한 남성이 많았을 텐데, 정작 공연장에 가면 여성이 훨씬 많은 것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 “제가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야 객석에서 남성 팬이 많이 보여요. 그동안 다들 쑥스러움을 많이 탔나 봐요. 하하.”

이번 공연에선 지난 4월 발매한 데뷔 50주년 기념 신곡 ‘물비늘’ 라이브도 선보인다. 혜은이에겐 “첫 소절을 듣자마자 근 수십 년 만에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는 노래. 도입부터 쿵짝짝 경쾌한 왈츠풍이 펼쳐지지만, ‘왜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부서지는가’와 같은 서글픈 가사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제목으로 쓴 물비늘은 바람에 흩날리는 물결의 질감을 뜻한다. 혜은이는 “인생도 노래도 내려놓으면 한결 더 수월히 풀리더라”면서 “물비늘 녹음 당시 한 음을 내려 불렀더니 전성기 시절 맑은 목소리가 더 잘 재현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 노래 가사와 곡의 흐름이 “내 인생과 유난히 닮은 것 같아 녹음할 때 많이 울컥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혜은이의 전성기 모습은 데뷔 1년 만에 청순한 외모,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기를 끈 원조 아이돌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릴 적부터 집안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미8군과 나이트클럽 무대에 서며 속을 앓았던 남모를 사연이 있었다. 데뷔곡 녹음 당시 길옥윤 작곡가가 자주 그를 혼낸 이유. “사랑 노래인데 왜 이렇게 감정이 없냐고 많이 혼났어요. ‘넌 여태껏 연애 한번 못 해봤니’ 소리를 여러 번 들었죠.”

가수 데뷔 50주년을 맞은 혜은이. / 고운호 기자

그럼에도 어려운 생활을 비집고 튀어나온 재능은 혜은이를 계속 음악의 길로 이끌었고, 많은 이의 뮤즈가 됐다. 혜은이가 “녹음 당시 칭찬보다 혼난 기억이 많은 노래”라 했던 ‘당신은 모르실 거야’도 길옥윤 작곡가가 그의 목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 혜은이는 “당시 길 선생님은 일본 활동을 할 때라 녹음을 이틀 만에 끝내고 바로 출국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제 목소리를 듣곤 출국일을 하루 미룬 뒤 호텔방에서 밤새 노래를 쓰셨다”고 회상했다. 이번 신곡 물비늘도 요즘 성인 가요 장르에서 가장 화제의 중심에 선 작곡가 듀오 ‘알고보니 혼수상태’가 “서정적인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는 혜은이의 요청에 뚝딱 써 온 곡이다.

혜은이는 오는 연말 ‘알고보니 혼수상태’와 함께 정규 음반도 낼 예정이다. 2019년 22집 이후 6년 만. 팬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한 그는 “올해 50주년을 맞고서야, 노래 인생의 활기를 제대로 찾은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입버릇처럼 “가수 혜은이는 성공했지만 인간 김승주는 실패했다”는 말을 자주 내뱉곤 했다. 두 차례 이혼, 거액 빚을 갚느라 “인생과 가수 황금기가 소진됐다”고 자주 느꼈다는 것.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그는 “이제 인간 김승주도 살만함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30주년 되던 해까지만 해도 음악이 제겐 의무였지만 이제야 천직이 된 것 같아요. 팬들의 힘이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거죠. 이젠 좀 더 홀가분하게,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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