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고등교육

2025. 7.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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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립대 총장 경력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자녀 불법 조기유학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 도덕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나에게는 그분의 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대학교수들은 교육기관에 몸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초중등 교육에 관해서는 문외한이 많다.

정권마다 예외 없이 교육부 장관은 교육 비전문가가 임명됐고 현 교육부 장관은 성과 내기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디지털교과서를 급조해놓고는 자리를 뜬다. 그는 예전에도 문제가 많은 정책들을 펼쳤던 사람이다. 그래서 영명한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컸으나 새 장관 후보도 이전 장관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과다학습, 사교육, 교사 사기 저하, 학생 인권, 고교평준화, 영재교육, 디지털교과서, 선택형 교육과정 등 우리나라 교육에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후보자의 경험과 지식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사명을 수행할 것이라 기대받으며 지명됐다고 한다.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이미 많이 제기된 바 있다. 사업에 지역 거점 국립대 살리기를 통한 지역 살리기라든가 서울대의 독점적 지배력을 완화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근본적 문제

첫째, 지역 국공립대는 9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대가 5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의외로 많지 않다. 다른 국립대는 그냥 놔두고 거점 국립대의 예산만 늘리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예를 들어 전남대의 예산을 2~3배로 늘리고 학교명도 서울대로 바꾼다고 치자. 그러면 주변 지역의 목포대, 순천대, 목포해양대, 광주교대, 광주과기원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들에게도 더 많은 정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립대만의 지원 확대는 고사 직전에 직면해 있는 해당 지역 사립대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고 그것이 지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예산을 서울대에 준하는 수준으로 늘리고, 학교명을 바꾸고, 학생 선발 방식을 바꾸고, 장학금을 늘리는 것으로 지역 거점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힘들다. (이 계획의 제안자들도 물론 알 것이다.) 설혹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오랜 기간의 예산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산은 9개 거점 대학만 해도 매년 7조원 이상이 들 것이고 다른 국공립대학 지원금 증액이나 지역 대학 통합 비용까지 친다면 이보다 두어 배는 더 들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업에만 현재 고등교육 예산 전체만큼의 예산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셋째, 취지 자체가 정의롭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나라 학벌주의에 편승해 국민의 욕망을 채우는 데 기대겠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대학교 서열화와 서울대의 절대적 영향력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교육 정책 되짚어볼 절호의 기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논란을 일으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끌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지원 예산은 턱없이 적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세계 1위 고등교육 이수율(70%)을 감안한다면 관련 예산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나마 예산이 국공립대학 지원으로 편중돼 있다. 국립대 비중이 높은 대다수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되지만 사립대 지원 예산은 아주 적다. 최고 명문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 사립대는 오랫동안 동결된 등록금과 미흡한 정부 지원 때문에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내실화하려면 사립대 지원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이것은 고등교육 예산 전체의 증액이 우선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하버드대학이 매년 정부로부터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등록금도 많이 받고 자산도 많은 하버드대에도 정부 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도 정부가 사립대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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