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게 그린 예수의 이야기… 기생충 기록 깬 K애니의 기적
찰스 디킨스 ‘우리 주님의 생애’서 영감
동화 같은 연출로 감정 섬세하게 전달
북미 박스오피스 2위… 826억원 수익
장성호 감독 “국내 흥행은 예측 안 돼
차기작도 애니… 신나는 이야기 하고파”
지난 4월 북미 부활절 시즌에 개봉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흥행에 성공한 국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16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19세기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아 예수의 생애를 다룬 이 영화는 미국 극장가에서 6000만달러(약 826억원)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뛰어넘는 흥행 신화를 쓴 한국영화로 기록됐다.

영화는 찰스 디킨스가 아서 왕을 동경하는 천방지축 막내아들 ‘월터’에게 ‘만왕의 왕’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따른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내 디킨스 부자와 고양이 ‘윌라’는 20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아기 예수의 탄생과 이적, 십자가의 고난 등을 직접 목격한다.

‘킹 오브 킹스’ 북미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수입은 드림웍스 창립작 ‘이집트 왕자’(1998)를 제치고 27년 만에 종교 소재 애니메이션 최고 오프닝 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장 감독은 “5대(디즈니·픽사·드림웍스·소니픽처스·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 작품이 아닌 영화가 미국 극장에서 와이드 릴리즈로 개봉해 이 정도 성과를 낸 건 ‘킹 오브 킹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보편적 감동, 흥행 견인… 차기작도 애니”

장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1996), ‘공동경비구역 JSA’(2000) 등에 참여한 국내 VFX 1세대 전문가. 영화광이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감독이 되는 것도, 그중 최고가 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감독 대신 최고의 스태프가 되겠다는 각오로 영화계에 입문해 컴퓨터그래픽(CG)과 VFX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언젠가 내 작품을 하겠다’는 마음을 접지는 않았다. 2015년 ‘킹 오브 킹스’ 제작을 시작해 10년 만인 2025년, 54세 나이로 감독 데뷔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그는 “국내 흥행 예측이 잘되지 않아 긴장 반, 기대 반”이라며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개봉을 이틀 앞둔 14일 오후 예매율(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은 ‘전지적 독자 시점’(23일 개봉)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장 감독의 차기작 역시 애니메이션이 될 전망이다. “실사 영화도 열어놓고 생각하지만, 당분간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만이 해내던 성과를 한국 회사가 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요. 첫 작품으로 성서 기반의 어려운 소재를 다뤘으니, 다음에는 신나게 즐기며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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