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우수관 빠져도 내 책임”…교통사고조사원, 산재보험 안 될까요?

2023년 3월 교통사고조사원 박병렬씨(44)는 서울 올림픽대로 교통사고 현장으로 급히 출동했다. 고객을 만난 뒤 갓길에 세워둔 고객의 차에서 블랙박스 내용을 확인하고 내리는 순간 몸이 아래로 훅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뚜껑이 열린 우수관으로 오른 다리가 빠진 것이었다. 잠시 정신을 잃은 박씨는 간신히 땅 위로 올라왔다. 박씨는 병원에서 무릎 연골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수술을 제안했지만 박씨는 거절했다. 산업재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박씨에게 몸의 고통보다 무서운 건 치료비와 생계비였다.
교통사고조사원이 모인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조합원들이 14일 “교통사고조사원에게도 산업재해 보험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앞에서부터 국회까지 행진했다.
보험사에 소속된 교통사고조사원은 교통사고가 나면 현장으로 출동해 사고원인 등을 조사하고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흥분한 고객 등에게 욕설을 듣기도 하고 다른 차량에 부딪혀 다치기도 한다. 2022년 6월 노조가 교통사고조사원 3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업무 중 1회 이상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도 39.9%였다.
하지만 교통사고조사원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택배기사·대리운전기사 등 18개 직종만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사고 처리 건수에 따라 돈이 지급되고 실적이 매겨지다 보니 산재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병원에 입원하는 등 치료를 받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이 조사원들의 설명이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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