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포럼] K-애니메이션 시대, K-콘텐츠의 새로운 포문- 장민지(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학과장)

6월 2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Sony Pictures(소니 픽쳐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공개 직후 플릭스 패트롤(FlixPatrol : 전 세계의 VOD, OTT 드라마 또는 영화의 시청률을 순위화 하여 집계하는 사설 웹사이트) 기준 전 세계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총 93개국의 TOP 10 차트에 진입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비록 미국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지만, 케이팝을 중심에 둔 스토리와 한국적인 요소들을 세밀하게 구현하며, 말 그대로 ‘한국’ 그 자체를 재현해 낸 작품이다.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HUNTR/X)의 세 멤버는 모두 한국인이며, 라이벌 그룹 사자 보이즈(Saja Boys) 역시 전형적인 K-팝 남자 아이돌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극 중 삽입곡들은 실제로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발매되어 스포티파이와 아이튠즈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평론가 평점 또한 94~96%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로튼 토마토는 전 세계 영화 관련 웹 사이트 가운데 하나로,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곳이다. 로튼 토마토의 평가 지수는 신선도로 판단된다.
주인공 ‘진우’의 목소리는 배우 안효섭이, 빌런 ‘귀마’의 한국어 및 오리지널 버전 목소리는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줄거리는 헌트릭스가 사실은 악마 사냥꾼으로, 사람들의 영혼을 노리는 저승사자 그룹 사자 보이즈와 싸워 세상을 지킨다는 이야기다. 줄거리의 전개는 전형적인 히어로물 같지만 극 중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크리처들은 저승사자, 해태, 까치, 일월오봉도, 작호도 등 한국 문화를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하면 미국이나 일본을 떠올리던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한국적 장소와 서사, 그리고 케이팝 아티스트가 히어로로 등장하는 이 스토리가 널리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도 상징적이다. 남산과 롯데타워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 아이돌들이 사용하는 한국어와 한국어 가사, 라면·국밥·김밥 같은 음식, 심지어 새우깡을 연상시키는 스낵까지. 이 작품은 한국의 생활과 정서를 적극적으로 시각화한다.
그렇다면 K-콘텐츠란 무엇인가. 한국인에 의해 창작되고, 한국에서 제작·기획·유통·소비되는 콘텐츠만을 K-콘텐츠라 정의하기에는 오늘날 콘텐츠 생산 환경이 이미 초국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주는 K-콘텐츠의 확장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만의 장르가 아니며, 한국적 소재가 글로벌 대중에게 통용 가능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케이팝과 K-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진우와 루미의 첫 만남 장면은 K-드라마 특유의 ‘우연한 마주침’ 클리셰를 따른다. 팬덤 문화 묘사 또한 현실적이다. 팬들이 떼창을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한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한국’이 아니라, 세계인이 인지하는 ‘한국적인 것’에 기반한다. 캐릭터, 배경, 상징, 음악까지 모두 한국적인 것으로 읽히며, 글로벌 시청자도 이를 그렇게 받아들인다. 특히 무당 문화를 연상시키는 ‘혼을 위로하는 노래’가 세계를 구한다는 설정은 케이팝이 단순한 대중음악을 넘어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임을 암시한다.
물론 제작사나 유통사가 산업적 이윤만을 추구하며 한국적인 요소를 단순히 차용하고 복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지금 ‘한국’이라는 문화적 주체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다.
이제 K-콘텐츠는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적인 것’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창조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그 미래를 주체적으로 설계할 시점이다.
장민지(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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