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빛을 보는 눈, 감동을 기억하는 마음- 조윤숙(미술교육학자)

knnews 2025. 7. 14. 19: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보랏빛으로 번져가는 구름, 잔잔히 퍼지는 주황빛, 아련한 노란 기운과 사이사이 핑크빛이 어우러져 나의 눈을 황홀하게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빛을 주제로 삼았던 두 작가가 떠올랐다.

하동철 선생님은 유학길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하늘과 빛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어 평생 '빛'을 작업 테마로 삼았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보통은 밤 비행기를 타는데 그날은 어스름할 때 하늘을 날게 되었다. 창 너머로 시선이 갔다. 아, 노을이구나. 아직 남아있는 파란 하늘 아래 지평선 끝으로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보랏빛으로 번져가는 구름, 잔잔히 퍼지는 주황빛, 아련한 노란 기운과 사이사이 핑크빛이 어우러져 나의 눈을 황홀하게 하고 있었다. 사그라지는 태양의 마지막 자락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기막힌 장면은 그 근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너무 아름다웠다. 그 순간 빛을 주제로 삼았던 두 작가가 떠올랐다.

필자의 은사이자, 전 서울대 교수였던 고(故) 하동철 선생과 클로드 모네.

하동철 선생님은 유학길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하늘과 빛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어 평생 ‘빛’을 작업 테마로 삼았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수백 점의 작품을 같은 장소, 같은 대상(예컨대 루앙 대성당이나 수련)을 서로 다른 시간대의 빛으로 그렸다. 해가 뜨고 지는 동안 달라지는 빛과 색의 온도, 안개 낀 날 색의 퍼짐, 수면 위에 반사된 햇살의 떨림은 그 자체로 ‘시간속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두 작가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설명이 아니라 경험이다.

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이 만들어낸 찰나의 반응이다. 그림자 역시 빛의 반사이자, 반대편에서 그 공간을 드러낸다. 세상은 같은 장소라도 빛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되어 우리의 감정에 진동을 일으킨다.

미술교육자로서 이 감각을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다. 그저 색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 색은 어떤 기분이 들어?” “이 빛은 따뜻해? 차가워?”라고 물어보자. 색을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 이는 단지 미술 수업의 방법론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세계를 대하는 감수성 교육이다.

예술가는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고 포착하고 공유하려 한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나의 감정을 인식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

그날, 하늘에서 본 것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 빛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색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그 감동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예술은 시작되고 있다.

조윤숙(미술교육학자)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