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보내는 족족 대박…이게 롯데판 화수분 야구

임동우 기자 2025. 7. 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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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반기 악착같이 뛰었다 <2> 위기를 기회로 만든 거인

- 김태형 감독 ‘뻔한 길 대신 모험’
- 타선과 마운드 선수층 두꺼워져

- 주루 센스 장두성 타격 일취월장
- 박찬형 후반기도 1군 활약 포부
- 이민석 “볼넷 없도록 경기 운영”
- 홍민기는 필승조에서 활약 예고

주전 선수는 빠졌고 순위는 지켜야 했다. ‘잇몸 야구’는 예상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신예에게 기회를 줘 ‘화수분 야구’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 팬은 없었다.

올해 ‘롯데판 화수분 야구’ 상징으로 꼽히는 장두성(왼쪽부터) 박찬형 이민석 홍민기.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방망이는 지난 4, 5월 선발 김진욱 이탈과 에이스 찰리 반즈 방출을 견뎌낼 정도로 강했다. 마운드는 크게 흔들렸지만 ‘윤나고황’에 전민재까지 가세하며 ‘완전체 타선’으로 거듭났다. 완전체 타선은 막강했다. 문제는 잠깐 반짝였을 뿐 오래 가지 못했다. 윤나고황 중 고승민을 제외한 세 선수는 부진과 부상으로 타선에서 빠졌다. 복덩이 전민재는 리그 타율 1위를 달리다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았다. 하나둘씩 전열에서 이탈하며 완전체 타선은 무너졌다.

안타를 칠 선수가 없었다. 김태형 감독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쉽고 뻔한 방법은 과거 썼던 선수를 그대로 기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선수를 과감하게 내보내는 것이다. 일종의 모험이다. 김 감독은 뻔한 길 대신 모험을 택했다.

잇몸 야구로 시작해 잇몸마저 흔들리니 2군 선수를 대거 1군에 불러올렸다. 주전으로 내보내기 애매했던 선수부터 육성 선수로 입단한 새내기까지 경기에 내보냈다. 잇몸 야구는 이내 화수분 야구로 꽃을 피웠다. 황성빈의 빈자리에 대신 투입한 장두성부터 대박이었다. 그동안 장두성은 발은 빨랐지만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로 대주자로 출전했다. 리드오프 자리를 맡은 장두성은 달랐다. 전반기 장두성은 182타수 52안타 타율 0.286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 0.156과는 딴판이다. 뛰어난 주루와 수비 능력에 방망이까지 불붙자 황성빈 공백을 체감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이호준 김동혁에 이어 지난 5월 육성 선수로 입단한 박찬형과 새내기 박재엽도 타석에 내보냈다. 김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은 성과로 보답했다. 특히 박찬형 활약이 두드러졌다. 독립 리그를 거쳐 어렵게 프로 무대를 밟은 박찬형은 결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타석뿐만 아니라 어떤 수비 포지션을 맡겨도 박찬형은 기대 이상이다. 김 감독은 “코치로부터 훈련 때보다 경기에서 모습이 더 좋다고 전달받았다. 찬형이가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고 크게 만족했다.

박찬형은 후반기에도 1군에 남으려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는 “기본기를 확실히 보여드리면 1군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루와 수비에는 자신이 있다. 타격에선 데이터 분석 후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 운영에서도 화수분 야구는 성공적이다. 흔들리는 4, 5선발 자리에 등판한 이민석과 홍민기는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인다. 이민석은 지난 5월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평균 구속이 150㎞에 달하는 빠른 직구로 타자를 공략한다. 불리한 상황을 맞닥뜨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민석은 “체력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앞으로 볼넷 없이 경기를 운영해 적은 공으로 이닝을 끌어가는 능력을 키우겠다”며 “선발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돌며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믿음직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0년 롯데에 입단한 뒤 1군에 설 기회가 없었던 홍민기는 화수분 야구의 최고 수확이다. 그는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만 구사한다. 상대 타자도 알지만 타석에서 손쓸 도리가 없다. 홍민기는 두 번 선발로 등판했다. 아쉽게 선발승은 따내지 못했다. 반면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 김 감독은 홍민기를 후반기에 필승조로 기용할 생각이다. 안정감 있게 승리를 따내고 기존 필승조 부담 완화를 꾀한다. 홍민기는 “아직 제가 (최)준용이나 (정)철원 형 정도의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시켜주신다면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했다.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후반기가 시작된다. 상위권 팀 사이 승차가 얼마 나지 않아 후반기에도 격렬한 순위 경쟁이 예고돼 있다. 위기 속에서 김 감독이 펼친 화수분 야구는 전반기 리그 3강을 지킨 이상의 의미가 있다. 투타 모두에서 선수층이 두꺼워졌다. 덕분에 후반기에 경기 상황에 맞는 라인업 구성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세대교체로 롯데는 강팀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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