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20여일 간 몰랐던 ‘대전 모자’의 비극, 위기가구 더 살펴야

2025. 7. 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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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됐다. 14일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6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숨져 있었다. 경찰은 단수 및 단전을 알리는 우편물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미뤄 모자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소득 3만달러의 한국 사회에서 생계의 위기로 일가족이 숨지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 것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2014년 2월 월세·공과금 70만원과 함께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위기가구의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익산에서 60대 어머니와 20대 둘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의 가슴엔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다”는 쪽지가 있었고, 딸은 한 달여 전 사망한 상태로 집 안에서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모녀는 월 120여만원을 지원받았으나 함께 살던 큰딸의 취업으로 생계·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큰딸이 나가 살게 되면서 다시 수급요건을 갖췄지만, 직접 신청하지 않아 급여 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다.

2022년 8월 암 투병을 해온 60대 어머니와 난치병을 앓는 40대 두 딸이 숨진 ‘수원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는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도상 허점이 드러났다.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위기가정이라도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양극화 심화와 성장률 저하, 고물가 지속으로 서민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혹서기 폭염에서 냉방비 부담 여력이 없는 쪽방촌 주민들은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지금까지 복지제도가 국민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이제는 국가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먼저 찾아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긴급할 때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일가족이 삶을 마감하는 비극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위기가구 지원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긴급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위기가구 지원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지원을 받는 ‘복지신청주의’의 맹점을 개선할 방안도 마련하길 바란다.

2014년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세 모녀가 숨진 ‘송파 세모녀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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