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고유권한

마을에서는 그동안 관례대로 마을에서 선출한 통장 후보자를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위촉해 왔는데, 이번에는 이를 따르지 않고 공모 절차를 거쳐 다른 사람을 위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전 통장과 마을운영위원회 명의로 목포시와 목포시의회에 동장이 위촉한 통장에 대한 불신임 건을 주민 80여명이 서명한 확인서까지 첨부해 제출했지만, 목포시는 통장 위촉은 동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고유권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갈등을 빚고 있는 마을은 1987년 1월1일자로 무안군에서 목포시로 편입된 지역으로, 자연부락이 유지되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 운영위원회는 마을 규약에 따라 대소사를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마을 총회에 회부해 가부를 결정하는 구조이며, 통장 선출도 마찬가지다.
이번 통장의 경우도 지난 6월5일 마을 임시총회를 거쳐 통장 후보자를 선출했고, 마을 회의록을 첨부해 공모에 접수했다.
하지만 마을에서 선출한 통장 후보자가 행정복지센터에서 통장으로 선발되지 못했다.
목포시는 시행규칙에 따라 동장이 공개모집을 통해 공고문에 명시된 기준에 부합하는 2명의 후보자 중 면접심사를 거쳐 60점 이상을 받은 최고 득점자를 선발했다며, 제출된 불신임안은 위촉한 통장의 해촉 사유가 될 수 없고 통장 위촉에 관한 모든 사항은 동장의 고유권한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고유권한’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주민들이 위임한 권한은 위임받은 자가 공평하고 타당하게 행사해야 하며, 형식적 권한일 경우에는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34년이 지났음에도 풀뿌리 민주주의에 걸맞는 시행규칙 하나 마련하지 못한 것은 주민의 책임이 아니다.
목포시는 그간 이를 마련하지 못해 놓고 고유권한만을 앞세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타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목포시의 규칙은 통장 위촉과 관련해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마을 공동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논란의 소지가 많은 목포시 통·반 설치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통장 위촉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많았음에도, 객관적인 기준 마련보다는 불만과 여론을 무마하는 데 그쳐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목포시 통반설치조례 시행규칙 제4조(통·반장의 위·해촉)에는 통·반장을 공개모집을 거쳐 동장이 위촉하고 공고 후 동장이 인정하는 심사를 통해 선발하며 심사위원은 동장 외 내부인사 3명, 외부인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처럼 기준이 포괄적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인근 무안군의 경우 마을에서 추천한 사람 또는 아파트, 주상복합 등 공동주택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추천한 사람을 통장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주시도 이와 유사하게, 임명권자의 권한이 형식적으로만 행사되도록 하고 있다.
갈등이 생기면 해결해야 한다. 갈등은 단순히 대화만으로 풀리는 것이 아니다. 양보와 배려가 전제돼야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에서 행정이 왜 ‘행정’인지를 다시 생각해 볼 대목이다.
권한만 앞세우기보다는 주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 주민의 눈높이에서 행정을 펼치는 것이 진정한 행정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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