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민원 몸살에 … 韓 전력망 투자는 보릿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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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산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이했지만, 한국 전력망 투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오랜 재정 악화에 따른 예산 부족에 주민 민원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송전선로 확충은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전에 따르면 동해안~수도권을 잇는 전력계통 사업은 주민 민원으로 입지 선정이 지연되고 지방자치단체 인허가가 불허되는 식의 여러 암초를 만나 66개월가량 사업이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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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프라 수출 대기업만 호황
내수 의존 높은 中企는 울상
일각선 "한전 독점구조 개선해
민간 송전망 참여 길 터줘야"
◆ 진격의 K그리드 ◆

"미국에 수출하는 대기업들은 호황이라지만 한국 내 사업을 위주로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입니다. 공사 수주가 끊겨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합니다."(중소 전력기기 업체 관계자)
미국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산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이했지만, 한국 전력망 투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오랜 재정 악화에 따른 예산 부족에 주민 민원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송전선로 확충은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내수 비중이 높은 중소업체들은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전력기기·공사 업체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전체 사업자 수로는 중소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도급부터 부품 공급, 지역 기반 공사, 송전·변전망 시공과 유지·보수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중견 전선 업체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지·보수 물량이라도 꾸준히 있었는데, 올해 들어선 그마저도 뚝 끊겼다"며 "공장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620㎞ 해저 송전망·11조원 규모) 사업을 2030년까지 조기에 완공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송전탑 건설 반대 민원, 입지 선정, 사업 승인 지연 등으로 31개 주요 송전선로 중 26곳이 공사 중단 또는 지연 상태에 놓여 있다. 한전에 따르면 동해안~수도권을 잇는 전력계통 사업은 주민 민원으로 입지 선정이 지연되고 지방자치단체 인허가가 불허되는 식의 여러 암초를 만나 66개월가량 사업이 지연됐다.
전력망 확충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 또는 펀드의 참여를 허용하거나 전력 공급망 자체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같은 전기 집약 산업의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현행 독점 구조로는 공급 안정성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은 발전(생산) 부문을 제외한 송전·배전·판매 등 전력망 핵심 영역을 한전이 독점하고 있어 주요 선진국 대비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송배전망의 건설은 민간이 시행한다고 해서 더 빠르다는 부분의 근거는 불명확하다"며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야 하므로 사업비가 증가하고 이는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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