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사람이 만든 AI 기술력 그림·영상물까지 완벽 구현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급속한 발전과 대중화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와 예술 영역에 있어서도 AI의 도입과 활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AI 활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문화 영역에서는 '어디까지를 창작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점에서 더욱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예술계에서도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AI 활용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콘텐츠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창작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문화와 AI 기술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AI 영상, 이제는 입모양까지 맞춰"
찐 영화인 출신 이진호 IF STUDIO 대표
'아트 인더 월드'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 1위
MBC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영도
"작품 아이디어부터 이미지 등 사람이 선택"
"새로운 예술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2024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AI국제영화제'에서 내러티브부문 1위를 차지한 이진호(38) IF STUDIO 대표의 작품 '아트 인더 월드'의 대사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며 상업 영화 감독으로의 입봉까지 준비한 '찐 영화인' 출신이다. 그는 장편영화 '액션히어로'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한 실력파 영화인으로, 현재는 더 높은 수준의 '100% AI'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AI 영화에 사용되는 영상은 '기도하는 여자의 모습을 만들어 줘'와 같은 명령어를 생성형 AI에 입력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최근의 AI는 초창기의 AI가 손가락이 6개인 사람을 그리는 등의 오점이 있었던 것과 달리 거의 실사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생생한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

이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AI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의 기술은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구현이 가능하다"며 "녹음된 대사에 맞춰 입모양까지 자연스럽게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면과 장면들은 사람의 편집을 거쳐 최종적인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모나리자 도난 사건 : 사라진 미소'라는 에피소드로 방송이 진행됐는데, 사건의 중심이 되는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AI 이미지를 생성한 뒤,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 AI 영상에 이를 반영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AI를 통해 생성된 1910년대의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루브르박물관의 풍경이 매우 생생하게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AI는 조수이자 파트너, 그리고 훌륭한 붓"
신교명 광주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입주작가
디지털 방식AI 기계 의인화 로봇 이일오 제작
수원시립미술관 기획전 새 로봇 '두들러' 선사
"AI 로봇들은 훌륭한 도구이자 내 파트너"
광주시 영은미술관의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신교명(34) 작가의 작업실은 보통의(?) 화실과는 다른 풍경이다.
여러 크기의 캔버스와 붓, 물감 등 미술용품들이 잘 정리돼 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복잡한 코딩이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와 작업실 곳곳에 놓인 차가운 금속 로봇들이다.
신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키네틱 조형과 기계 공학을 공부하고 기계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이용한다.

특히 작품활동에 사용되는 기계들을 직접 만드는데, 기계를 '머시나 사피엔스'(Machina Sapiens)라는 새로운 종(種)으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신 작가는 현재 공개돼 있는 AI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AI를 코딩해 만들고, 그 기계의 외형까지 직접 금속을 활용해 제작한다.
신 작가가 처음 만든 로봇 '이일오'는 외형적으로는 철제 프로파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개조(?)된 붓을 장착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신 작가는 "이일오는 빈 캔버스와 자신이 그려야 할 사진을 받았을 때 어떤 색을 선택하고, 어떤 붓을 사용할지 등을 스스로 계획해 사진과 가장 유사하게 그릴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낸 인공지능"이라며 "지금의 생성형 AI와 같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 스타일을 보고 따라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신 작가는 자신의 만든 AI로봇들을 "훌륭한 도구이자, 동반자"라고 말한다. 그는 "로봇이 한 획을 그리면 거기에 제가 한 획을 추가하는 식의 협업을 하기도 하고, 로봇이 원하는 색과 붓을 제공하는 조수의 역할을 제가 하기도 한다"며 "AI는 나의 상상을 훌륭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뛰어난 '붓'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어 보였다.
그는 최근에는 인간이 기록해 온 태양의 흑점 관측 기록을 토대로 과거의 태양의 흑점이 이동 모습을 예측, 그림으로 표현하는 로봇도 제작했다. 입력된 기록값을 바탕으로 과거 중 특정일에 태양 흑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역산,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이다.

"AI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
두 사람은 모두 창작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AI 관련 논쟁과 관련해 "AI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시대에 콘텐츠 제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이라며 "작품의 시작인 아이디어와 기획조차도 AI가 만들어도 사람이 선택해야 쓰이고, 이미지나 영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 콘텐츠 시대의 숙제로 '기존 산업과의 상생'을 꼽았다. 그는 "AI는 아직 여전히 불편한 골짜기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은 AI가 불편하지 않게 기존의 산업 안에 잘 들어가서 어떤 시너지를 잘 낼 수가 있는지, 또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좀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는 시기인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많이 쓰일 것 같다"고 예측했다.
신 작가는 AI를 새롭게 출시된 '고성능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그 도구를 잘 활용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기존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다양한 시도가 여러 예술가들로부터 이뤄지고 있는 만큼, AI 창작에 대한 논쟁도 기술 발전의 속도에 따라 곧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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