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사람이 만든 AI 기술력 그림·영상물까지 완벽 구현

임창희 2025. 7. 14. 18: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더 월드' 스틸컷. 100%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사진=이진호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급속한 발전과 대중화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 그리고 문화와 예술 영역에 있어서도 AI의 도입과 활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AI 활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문화 영역에서는 '어디까지를 창작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점에서 더욱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예술계에서도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AI 활용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콘텐츠 영역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창작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문화와 AI 기술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중부일보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콘텐츠와 예술 창작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활동하는 젊은 창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AI 예술과 AI콘텐츠의 현재와 미래를 엿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더 월드' 스틸컷. 100%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사진=이진호

"AI 영상, 이제는 입모양까지 맞춰"

찐 영화인 출신 이진호 IF STUDIO 대표
'아트 인더 월드'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 1위
MBC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영도
"작품 아이디어부터 이미지 등 사람이 선택"

"새로운 예술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2024년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제1회 대한민국AI국제영화제'에서 내러티브부문 1위를 차지한 이진호(38) IF STUDIO 대표의 작품 '아트 인더 월드'의 대사에 등장하는 말이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공개되고 있는 이 작품은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손에서 탄생해 프랑스 왕실을 거쳐 프랑스 혁명을 지나, 루브르 박물관으로 오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다룬 100% AI 콘텐츠로,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AI 작품이 예술인가'에 대한 논쟁을 정면으로 관통한다.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더 월드' 스틸컷. 100%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사진=이진호

이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독립 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며 상업 영화 감독으로의 입봉까지 준비한 '찐 영화인' 출신이다. 그는 장편영화 '액션히어로'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한 실력파 영화인으로, 현재는 더 높은 수준의 '100% AI'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AI 영화에 사용되는 영상은 '기도하는 여자의 모습을 만들어 줘'와 같은 명령어를 생성형 AI에 입력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최근의 AI는 초창기의 AI가 손가락이 6개인 사람을 그리는 등의 오점이 있었던 것과 달리 거의 실사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생생한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

AI는 만들어진 정지 이미지를 다시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든다. 등장인물의 눈 깜빡임, 고개 움직임, 손짓과 발짓까지 구현해 내는데, 그 결과물은 실제 사람이 연기한 것처럼 자연스러워 감탄하게 했다.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더 월드' 스틸컷. 100%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사진=이진호

이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AI가 만든 이미지나 영상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의 기술은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구현이 가능하다"며 "녹음된 대사에 맞춰 입모양까지 자연스럽게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면과 장면들은 사람의 편집을 거쳐 최종적인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대표는 현재 MBC C&I가 운영하는 AI·XR콘텐츠랩에 참여해 협력 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MBC의 인기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AI콘텐츠랩에서 제작한 AI 영상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이진호 감독의 '아트 인더 월드' 스틸컷. 100%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사진=이진호

'모나리자 도난 사건 : 사라진 미소'라는 에피소드로 방송이 진행됐는데, 사건의 중심이 되는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AI 이미지를 생성한 뒤,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해 AI 영상에 이를 반영하는 식으로 제작됐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AI를 통해 생성된 1910년대의 프랑스 파리의 모습과 루브르박물관의 풍경이 매우 생생하게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AI는 실제 촬영 제작에서 겪는 물리적인 공간이나 시간에 대한 제약들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이 가장 장점"이라며 "아마 내년부터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AI가 더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교명 작가와 AI로봇 '이일오'. 임창희기자

"AI는 조수이자 파트너, 그리고 훌륭한 붓"

신교명 광주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입주작가
디지털 방식AI 기계 의인화 로봇 이일오 제작
수원시립미술관 기획전 새 로봇 '두들러' 선사
"AI 로봇들은 훌륭한 도구이자 내 파트너"

광주시 영은미술관의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 중인 신교명(34) 작가의 작업실은 보통의(?) 화실과는 다른 풍경이다.

여러 크기의 캔버스와 붓, 물감 등 미술용품들이 잘 정리돼 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복잡한 코딩이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와 작업실 곳곳에 놓인 차가운 금속 로봇들이다.

신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키네틱 조형과 기계 공학을 공부하고 기계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이용한다.

그는 디지털 방식의 AI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보다 기계를 의인화하고 기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신교명 작가의 '머시나 사피엔스'가 암각화를 그리는 모습. 사진=신교명

특히 작품활동에 사용되는 기계들을 직접 만드는데, 기계를 '머시나 사피엔스'(Machina Sapiens)라는 새로운 종(種)으로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신 작가는 현재 공개돼 있는 AI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AI를 코딩해 만들고, 그 기계의 외형까지 직접 금속을 활용해 제작한다.

신 작가가 처음 만든 로봇 '이일오'는 외형적으로는 철제 프로파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개조(?)된 붓을 장착한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일오는 단순히 입력된 이미지를 프린팅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줬던 '알파고'와 같은 강화학습형 AI가 탑재된 로봇이다.
신교명 작가가 태양 흑점의 과거 위치를 예측해 그림을 그리는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임창희기자

신 작가는 "이일오는 빈 캔버스와 자신이 그려야 할 사진을 받았을 때 어떤 색을 선택하고, 어떤 붓을 사용할지 등을 스스로 계획해 사진과 가장 유사하게 그릴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낸 인공지능"이라며 "지금의 생성형 AI와 같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 스타일을 보고 따라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이일오를 시작으로, 지난 3월 막을 내린 수원시립미술관의 기획전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에서 새로운 로봇 '두들러'를 선보였다. 두들러는 수원 곳곳의 식당가와 관광지에서 발견한 낙서들을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학습한 낙서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 새로운 낙서들을 만들어 보여준다.
신교명 작가의 AI로봇 '머시나 사피엔스'가 그린 암각화 작품. 임창희기자

신 작가는 자신의 만든 AI로봇들을 "훌륭한 도구이자, 동반자"라고 말한다. 그는 "로봇이 한 획을 그리면 거기에 제가 한 획을 추가하는 식의 협업을 하기도 하고, 로봇이 원하는 색과 붓을 제공하는 조수의 역할을 제가 하기도 한다"며 "AI는 나의 상상을 훌륭하게 표현해 줄 수 있는 뛰어난 '붓'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웃어 보였다.

그는 최근에는 인간이 기록해 온 태양의 흑점 관측 기록을 토대로 과거의 태양의 흑점이 이동 모습을 예측, 그림으로 표현하는 로봇도 제작했다. 입력된 기록값을 바탕으로 과거 중 특정일에 태양 흑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역산,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이다.

신 작가는 "시각 예술은 결국 말보다는 시각적인 표현을 통해 '말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데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AI로봇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전시는 물론이고 앞으로 예정된 공연을 통해서 AI를 활용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교명 작가가 AI 로봇 '이일오'와 함께 그린 작품 '초상 4-0-11'. 사진=신교명

"AI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

두 사람은 모두 창작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AI 관련 논쟁과 관련해 "AI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시대에 콘텐츠 제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이라며 "작품의 시작인 아이디어와 기획조차도 AI가 만들어도 사람이 선택해야 쓰이고, 이미지나 영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람이 명령어를 어떻게 입력하는지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기 달라지고, 또 사람의 선택에 따라 완성품이 변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더 중요해 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진호 대표가 AI를 활용해 영상 제작 작업을 하고 있다. 임창희기자

이 대표는 AI 콘텐츠 시대의 숙제로 '기존 산업과의 상생'을 꼽았다. 그는 "AI는 아직 여전히 불편한 골짜기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은 AI가 불편하지 않게 기존의 산업 안에 잘 들어가서 어떤 시너지를 잘 낼 수가 있는지, 또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 좀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는 시기인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많이 쓰일 것 같다"고 예측했다.

신 작가는 AI를 새롭게 출시된 '고성능의 도구'로 받아들이고 그 도구를 잘 활용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기존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다양한 시도가 여러 예술가들로부터 이뤄지고 있는 만큼, AI 창작에 대한 논쟁도 기술 발전의 속도에 따라 곧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