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더 밀리면 끝장… 中과 손잡은 LG, 유럽서 '500弗 가전 승부수'
보급형은 中 기업 활용 '투트랙'

중국 최대 가전기업 메이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조9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이었으니 수익성이 3년 만에 39% 뛴 셈이다. 메이디의 빠른 성장을 부른 건 ‘가성비’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선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가격에 품질도 괜찮은 가전제품을 쏟아내자 중국 본토는 물론 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가 문을 열었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가전시장만 노크한 LG전자는 정반대 길을 걸었다. LG전자 생활가전·TV 부문(H&A, HE사업본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3600억원으로, 2021년(3조3000억원)보다 약 29% 줄었다. 프리미엄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저가 시장을 중국 업체에 내준 결과다. LG전자가 중국 가전업체와 손잡고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선 이유다.
◇ 품질·가격, 둘 다 잡는다
LG전자가 보급형 가전시장에 눈을 돌린 건 지난해부터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성장성이 큰 시장이 ‘중국판’이 될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동남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LG전자의 기존 제품으로 승부하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기존 생산방식으로 중국의 가격을 맞출 방법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중국 업체와의 합작개발생산(JDM)은 이런 고민이 낳은 결과물이다. LG전자는 H&A사업본부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국 파트너사를 물색했다. 대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LG전자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생산 및 품질 경쟁력이 있는 업체로 좁혔다. 그렇게 스카이워스와 오쿠마를 최종 파트너로 선정했다. 세탁기를 공동 개발한 스카이워스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면서 다른 브랜드 제품도 수탁생산하는 중견 가전업체다. 오쿠마는 중국 냉장고 시장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회사다.

업계에선 LG전자의 JDM 전략에 대해 “중국의 가성비와 LG의 브랜드파워를 다 잡은 묘수”라고 평가한다. 압도적 가성비로 중저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메이디, 하이얼 등 중국 업체를 잡기 위해 그만한 가성비를 갖춘 중국 업체를 ‘용병’으로 활용하면서 LG가 구축한 브랜드파워로 제품의 ‘매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LG가 디자인과 제품 기획을 주도하는 만큼 프리미엄 못지않은 상품성도 담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제품이라도 품질 문제가 생기면 LG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점을 감안해 생산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 LG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계획대로 되면 LG전자는 글로벌 중저가 가전이란 엄청난 시장을 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첫 번째 시험대는 유럽
LG전자는 가전시장 공략법을 프리미엄 중심에서 보급형도 함께 잡는 ‘투트랙 전략’으로 사실상 전환했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 시장에선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공략하고, 유럽 중국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시장에선 중국 업체와 함께 보급형 제품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기존 글로벌 생산 거점은 프리미엄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보급형 제품은 원가 경쟁력이 높은 중국 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시험대는 유럽이다. 유럽 중저가 가전 시장의 맹주는 중국 업체와 베스텔, 베코, 아르첼릭 등 튀르키예 업체다. LG전자는 그동안 유럽에선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프리미엄 가전 시장만 공략해왔다. 하지만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나라와 선진국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가전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보급형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LG전자는 유럽에서 JDM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대로 무대를 중국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JDM 제품군도 냉장고와 세탁기에 이어 에어컨, 건조기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채연/황정수 기자
▶ JDM(합작개발생산)
Joint Developing Manufacturing.
주문자가 신제품이나 신기술 등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제조사와 적극 협업해 설계 및 개발하고, 제조사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 주문자가 제품 개발, 설계까지 마무리한 뒤 생산만 제조사에 맡기는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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