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새 정부의 불안한 대미 통상 교섭

2025. 7. 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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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새 정부 한 달의 통상 성적표가 나왔다. 한덕수 권한 대행이 미국과 통상 협상을 시도할 때, 민주당은 차기 정부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얼마나 열심히 교섭했는지는 몰라도,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한미간의 쟁점이 무엇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통상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된 상황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갔다. 위 실장은 빈손으로 귀국한 것이 아니라, 방위비 문제라는 혹을 달고 귀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와 관세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힌 지는 오래됐다. 새 정부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국민은 불안하다.

우선 정부는 전략 수립을 위해 트럼프 관세 정책의 배경과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때에는 대중 무역 전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국은 트럼프 지지층이 밀집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골라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이를 충분하게 활용하여 공화당 후보들을 공략했다. 중국의 전략은 성공했다.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트럼프 2기 정책은 농민 지원, 경기 대응 정책, 그리고 관세 우회로 차단 등을 포함했다. 이에 베트남에 우회로를 만들어 대중 관세를 피하고 있는 중국의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난 4월 베트남에 대한 상호관세는 46%였지만, 협상을 통해 20%로 낮아졌다. 다만, 제3국이 베트남을 거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40%의 관세가 부과된다. 베트남은 미국에 대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주요 신흥국가 중심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를 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연대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서로 상생하는 협상안을 만드는 데에 긴요하다. 트럼프는 ‘생산 경제’가 높은 임금과 일자리, 혁신, 그리고 국가 안보를 가져다주는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관세 전쟁은 생산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이다. 영국은 항공기 산업 분야에서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기로 합의하고 기본관세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우리가 동맹으로서 미국과 공급망을 함께 구축한다면 트럼프는 생산 경제로의 전환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고, 우리도 선진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원전, 조선, 방산, 에너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에서 협력 사업을 찾아야 한다. 상생의 공급망 구축을 위해, 지난 2018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철강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물량을 제한받는 것과 같은 협상이 가능할 수 있다. 현대차는 미국이 바라는 것을 이미 실행했다. 정부는 에너지 등 대미 투자 확대가 가능한 분야를 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화웨이와 SMIC에 대해 보복했다. 네덜란드도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반도체 부분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우리와 함께 반도체 전후방 산업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도 반도체 전 분야에서 대미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 협상의 범위에 대해서 입장을 정하고 양허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미 보복 관세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 항공기와 농축산물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가 양보하지 않는 농축산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석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농축산물을 수입하여 농축산가공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이다. G7 정상회담에선 성과가 없었고, 나토 회의에는 참석하지도 않았다. 동맹을 이야기하기 전에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관세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방위비 문제는 별개다. 정부가 패키지 협상이 가능한 것처럼 선전하거나 전작권 정치를 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정부가 이를 왜곡하여 반미 정서를 선동해서도 안 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대중 견제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관세 전쟁에서 지는 것이 이기는 전략이다. 정부는 관세 전쟁을 구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답답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응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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