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가 도망간다

손경호기자 2025. 7. 14. 17:3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인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3일 서울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탄핵의 바닷속으로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누르는,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의 0순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 대선 실패 △ 대선 후보 등록 당일 교체 시도 △ 대선 후보 단일화 약속 번복 △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 당 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 △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 지난 정권서 국정운영 왜곡 방치 등 8가지를 거론했다. 모두 국민의힘 당원들이 절망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한 일들이다.

이 가운데 대선 후보 등록 당일 교체 시도는 일명 쌍권(권영세, 권성동)을 겨냥한 것이다. 대선 후보 단일화 약속 번복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해당한다. 김 전 후보는 대선 경선 당시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지만,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자마자 입장을 바꿨다. 이 부분을 당원 배신으로 윤 위원장이 지적한 것이다.

당 대표 가족 연루 당원 게시판 문제 및 22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 원칙 무시는 한동훈 전 당대표와 관련이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문제를 수습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총선 비례대표 추천 규정에 취약지역 25%를 넣었는데, 공천 과정에서 깡그리 무시한 것도 문제 삼았다

대선 실패, 계엄 직후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앞 시위, 특정인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지난 정권서 국정운영 왜곡 방치 등은 친윤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특히, 친윤계는 대통령 의중만 살피느라 특정인을 당 대표로 뽑기 위해 아예 당헌·당규를 뜯어고쳤다. 특정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를 고치기도 했고, 또 다른 특정인을 출마하지 못하게 하려고 50여 명이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지적은 사실상 탄핵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한 친윤계의 폐족을 촉구한 것이다. 대통령과 밥 먹고 술 먹고 다닌다는 얘기를 밖에서 하면서 호가호위한 사람들이 국정 운영이 왜곡되는 것을 방치하고 더 키웠기 때문이다.

이는 윤 위원장이 "당이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인사들이야말로 사과와 반성의 0순위가 돼야 한다"라고 경고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인사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당을 죽는 길로 다시 밀어 넣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읍참마속의 심정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인적 쇄신에 관한 제도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당 소속 선출직 전부와 당직자 대상 당원소환 절차를 혁신안에 넣은 것이다. 인위적인 인적 쇄신이 아닌 당원소환 절차를 통해 당원의 손으로 하자는 것이다.

결국 윤 위원장이 언급한 8가지 사안에 포함되는 인사들을 나열할 때 국민의힘 국회의원 상당수가 당원소환 해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윤 위원장의 혁신안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보통 우리는 타인과 80cm 정도 거리를 두어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불안함을 느끼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 충동이 튀어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과 갈등을 피하고 싶다면 제3의 것에 함께 집중해야 한다. 서로 적대시하는 사이일지라도 공동의 목표가 생기면 얼마든지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의 적이 생기면 서로에 대해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과거와 현재가 다투면 미래가 도망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과거와 현재가 다투도록 해 미래가 도망가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Copyright © 경북도민일보 | www.hidomin.com | 바른신문, 용기있는 지방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