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 선거 전 ‘복붙’, ‘짜깁기’ 책으로 출판기념회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가 지난 2014년 경북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이전 책을 그대로 붙여넣거나 SNS 모음 글 등으로 출판기념회용 도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책에 들어 있는 지인들의 추천사를 그대로 붙여 넣으면서 한 문단을 통째로 반복해 넣는 등 부실한 짜깁기 흔적도 드러났다.
권 후보는 이렇게 책의 70% 가량을 이전 책 내용과 SNS 글 모음, 대정부 질의, 배우자 에세이 등으로 채워넣었다. 권 후보는 책을 내고 이틀과 사흘 간격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1,000여 명이 참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앞서 뉴스타파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마다 SNS 글을 붙여 넣는 방식으로 3권의 출판기념회용 책을 만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전재수 해수부 장관 후보, 'SNS 복붙' 책으로 세 번 출판기념회)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제15,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회 사무총장을 맡았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출신으로 지난 대선 전 이재명 후보 캠프에 영입됐다.
추천사 한 문단 통째로 반복... 이전 책에서 그대로 옮겨 써

권 후보는 2000년 이후 두 권의 책을 냈다. 2011년에 낸 <꺼벙이의 꿈>과 3년 뒤인 2014년에 낸 <을의 길>이다. 모두 선거에 출마하기 4~5개월 전에 냈고, 권 후보는 그때마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뉴스타파는 두 권을 구해 살펴봤다. 2014년에 낸 책 <을의 길> 본문 네번째 챕터(‘정치는 의리다’)에 정치인들과 지인들이 권 후보를 평가한 글을 모아놨다. 박세일 당시 한반도 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쓴 글도 그 중 하나. 그런데 똑같은 문단이 두 번 들어가 있다.

이 대목은 권 후보가 2011년에 낸 책 <꺼벙이의 꿈>의 추천사에도 똑같이 실려 있다. 이전 책의 추천사를 새로 낸 책에 복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추천사도 비슷하다. 이전 책에 있던 글의 일부 단어를 바꾸거나 숫자 하나를 바꾼 뒤 2014년 나온 두 번째 책에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을의 길> '마치는 글'에서 권 후보는 소설 장길산을 소재로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 이 내용도 앞선 책에 똑같이 실려 있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반영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편집됐다. ‘정치인으로의 20년’이라는 표현이 두 책 모두에 등장한다.
뉴스타파는 권 후보가 2014년에 낸 <을의 길> 책 전체를 분석했다. 약력 소개 외에 실려 있는 글은 모두 33개로, 이 중 12개가 2011년 첫 번째 책을 베낀 것이었다.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출처 밝히지 않고, 그대로 복붙... 배우자 에세이 등도 실어
뉴스타파는 이전 책을 그대로 붙여 넣지 않은, 나머지 21개의 글도 검증했다. SNS글 모음, 배우자가 쓴 에세이, 대정부 질의 등 기존에 썼거나 발표한 글들이었다. 대부분 책의 주제인 ‘서민이 따뜻한 세상’, ‘부자가 떳떳한 나라’와 동떨어진 내용이다.
2013년 3월 23일
바쁜 일주일이었다. 대학 강의하고 청주MBC특강하고 고대정외과 교우회장 취임하고... 토요일 모처럼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내는 요리하고 나는 멸치 다듬고. 밖은 쌀쌀하다지만 거실의 햇살이 따사롭고 안온하다. 이런 게 행복인가보다.
- -<을의 길> 207p
권 후보는 배우자가 쓴 에세이도 책에 넣었다. 배우자의 친오빠에 관한 글, 또 아들의 결혼식을 주제로 한 글 등 책의 주제와 동떨어진 내용이 계속 이어진다.
권 후보의 2014년 책 <을의 길>에 실린 33개 글 가운데 24개가 이전 책과 SNS, 대정부 질의, 취임사, 언론 기고문과 배우자의 에세이 등을 베끼고 짜깁기한 것이었다.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이 책을 출간한 시점은 2014년 2월 22일이다. 책을 내고 이틀 뒤에는 경북 안동에서, 그 다음날에는 대구에서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인사를 포함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권 후보에게 당시 선거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전 책을 짜깁기 하는 등의 방식으로 출판기념회용 책을 급조한 것이 아닌지, 당시 출판기념회 수입은 얼마인지, 국세청에 수입 신고는 제대로 했는지 물었다. 권오을 후보는 내일(15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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