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자퇴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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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보면 대략 견적 나와요. 한 번만 미끄러져도 원하는 대학에는 못 가는 거죠." 한 청소년에게서 들은 말이다.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 기억뿐이라고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한 학교 밖 청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도전을 거듭한 끝에 원하는 진로를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훌쩍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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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보면 대략 견적 나와요. 한 번만 미끄러져도 원하는 대학에는 못 가는 거죠.” 한 청소년에게서 들은 말이다. 고교 자퇴생의 비율이 최고치를 경신할 거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수능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일명 ‘전략적 자퇴’가 자꾸만 늘어가는 탓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곧장 재수 학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10대가 끝날 때까지 온종일 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청소년기가 그렇게 흘러간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을 감추기 힘들다. 세상살이 성적이 전부는 아니라는 뻔한 말을 꺼내고 싶어진다.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낙성대역으로 향하던 길이 떠오른다. 그날 나의 강의 주제는 ‘공교육 정상화’였다. 우리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며, 세상을 배울 기회도 더 다양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마침, 강의를 들은 한 학생과 귀갓길 방향이 같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서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모범생이었다. 청소년기를 돌아보면,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한 기억뿐이라고 했다. 수능 이외의 것은 돌아볼 여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평생의 꿈이라고 생각했던 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허탈함이 몰려왔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4학년이 되었고,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아마 그냥 대학원에 가지 않을까요….” 누군가는 배부른 고민이라 칭하겠지만, 그의 표정에 가득하던 씁쓸함을 나는 기억한다.
한편,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한 학교 밖 청소년의 이야기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어디로든 향했다. 미술을 공부하다가 작품이 보고 싶으면 바로 미술관으로 향했고, 한국사를 공부하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고궁과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거리가 멀다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직원들이 그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다고 한다.
청소년 기관에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바리스타 과정을 수강하거나, 코딩을 배우는 등 교과와는 관련 없는 것들을 마음껏 접했다. 한때 해외 드라마에 푹 빠져 수차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 덕분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되었다.
그는 학교가 사라진 일상을 철저한 계획이나 전략이 아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도전을 거듭한 끝에 원하는 진로를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훌쩍 떠났다. 미술도, 역사도, 코딩도 아닌 경제학을 배우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재밌는 인생’이라고 칭한다.
‘전략적’ 자퇴를 택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세상은 교육과정보다 빠르게 변하고, 인생은 9등급보다 폭넓다는 점이다. 수학보다 어렵고, 영어보다 중요한 것이 교과서 밖에 있다. ‘수능특강’보다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헤맨 만큼 내 땅이고, 두드리는 만큼 문이 열린다. 강의실을 세상의 전부로 삼기 전에, 이 사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금 당신의 전략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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