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구조사와 수학의 찐한 관계

한겨레 2025. 7.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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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연재 ㅣ 기적같이 수학 잘하는 법</span>

최우성 | 다산고 교장
·‘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 저자

지난 6월3일 치러진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랬듯, 선거 당일 저녁 8시 TV 앞에 앉아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풍경이 익숙하다. 정식 개표는 밤새 진행되지만, 출구조사 결과는 마치 마법처럼 실제 결과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어떻게 그렇게 잘 맞힐 수 있을까?” 사실, 출구조사 속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의 원리와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물어보는 조사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전국 325개 투표소 인근에서 약 10만명에게 직접 질문하고, 따로 1만5천명을 대상으로는 사전투표 전화조사를 실시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전체 유권자의 선택을 예측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뽑아서 조사한다는 점인데, 이때 바로 ‘통계’와 ‘확률’이라는 수학 개념이 핵심 역할을 한다.

출구조사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표본조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표본조사란 전체를 조사하는 대신 일부를 뽑아 전체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1000명을 임의로 뽑아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를 물었더니 500명이 A 후보를 선택했다고 하자. 그러면 전체 유권자의 50%가 A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표본이 전체를 완벽하게 대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오차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표본 오차’라고 부른다. 그래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A 후보 48.4%, ±0.8%”처럼 오차 범위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이 말은 실제 득표율이 47.6%에서 49.2% 사이일 수 있다는 의미이며, 실제 결과가 이 범위 안에 들어간다면 예측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수학에서는 ‘신뢰수준’이라는 개념도 중요하다. 출구조사에서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1%”라고 말하면, 같은 방식으로 100번을 조사했을 때 95번은 실제 결과가 이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통계학자들은 신뢰도와 오차범위를 조절하며, 가능한 한 실제와 가까운 예측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계산을 수행한다. 출구조사는 단순히 평균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확률분포와 정규분포, 신뢰구간 등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들을 활용해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물론 출구조사가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변수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투표율이 34.74%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출구조사는 본투표 당일 현장에서만 진행되고, 사전투표자는 전화조사로만 파악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전화에 응답하지 않거나 특정 성향을 지닌 사람들만 응답할 경우 조사에 편향이 생기고, 이로 인해 예측 결과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계학자들은 다양한 보정 기법을 사용해 오류를 줄이려고 한다. 예를 들어 지역, 연령, 성별, 과거 투표 성향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해 사전투표자들의 선택을 예측하고, 이를 전체 출구조사 모델에 반영한다.

이처럼 출구조사는 수학이 현실을 예측하는 데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이걸 어디에 써먹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출구조사만 봐도 확률, 통계, 함수, 그래프 등의 수학 개념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결정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거의 밤, TV 화면에 나오는 수치들이 단순한 숫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숫자 뒤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수학적 사고가 숨어 있다. 수학은 현실을 꿰뚫어 보는 안경이며, 출구조사는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니 다음에 출구조사를 보게 된다면, 그 속에 담긴 수학적 사고와 추론의 과정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수학은 언제나 우리가 세상을 더 정확히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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