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여름 감옥의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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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감옥을 무대로 한 문학작품엔 여름과 겨울의 모진 날씨가 주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교정시설 중 거실(방)에 에어컨을 갖춘 곳은 없어, 윤 전 대통령도 50분 돌고 10분 꺼지는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난다.
가장 악랄한 범죄자조차 에어컨 바람을 쏘일 자격이 있다는 데 납세자들이 공감하면, 비로소 여름 감옥의 냉방권을 논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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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감옥을 무대로 한 문학작품엔 여름과 겨울의 모진 날씨가 주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선 방한화도 없이 영하 30도 겨울을 나는 수용소 죄수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앙리 샤리에르의 자전소설 ‘빠삐용’은 프랑스령 기아나의 적도 감옥이 무대다. ‘정수리 속 뇌까지 끓게 만드는’ 뜨거움이 인간의 정신을 무너뜨린다.
□ 때론 현실은 허구보다 더 가혹해서, 구치소·교도소를 다녀온 유력 인사들의 경험담은 소설 속 감옥의 추위나 더위 장면보다 더 적나라하다. 박지원 의원은 “(구치소에선) 천장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그나마도 시간이 되면 꺼진다”며 “(더위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화장실에서 밤낮으로 물을 끼얹는다”고 말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최상층에 수감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8년 여름 지병(당뇨 및 수면무호흡증)이 악화돼 외부 병원으로 후송됐다. 최악의 더위가 덮쳤던 그해, 서울구치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밤에 잠을 설쳤다는 기사도 나왔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폭염 속에서 재수감되자 여름 감옥의 더위가 새삼 관심을 받는다. 교정시설 중 거실(방)에 에어컨을 갖춘 곳은 없어, 윤 전 대통령도 50분 돌고 10분 꺼지는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난다. 그래서 서울구치소에는 “대통령에게 에어컨을 제공하라”는 지지자들의 민원 전화가 빗발친다. 그러나 규정상 전직 대통령에게만 시원한 여름밤을 보장할 순 없다.
□ 사실 지지자들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힘세고 돈 많은 ‘범털’들은 공조시설이 설치된 별도 공간에서 변호인 접견권을 누린다. 그리고 통상의 콩나물 감방과 달리 전직 대통령이 거하는 독방의 환경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에어컨을 못 주는 결정적 이유는 또 있다. 형법상 가장 중한 죄(각칙 첫 조)인 내란죄 피의자에게 에어컨을 보장하면 연쇄살인범, 아동성범죄자, 다중사기범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없다. 가장 악랄한 범죄자조차 에어컨 바람을 쏘일 자격이 있다는 데 납세자들이 공감하면, 비로소 여름 감옥의 냉방권을 논할 수 있겠다.
이영창 논설위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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