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용자위원회] "사설, 중립 집착한 양비론보다 일관된 비판 해야"

송은미 2025. 7. 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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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면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오피니언면을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jonyyun@hankookilbo.com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회의를 열고 오피니언 콘텐츠를 평가했다. 한국일보의 공식 입장을 담은 사설,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는 칼럼이 평가 대상이었다. 위원들은 한국일보 사설과 칼럼이 전반적으로 치우침 없이 중요한 사안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주제와 필자 구성이 너무 협소하고 내세울 만한 차별점이 적다고 평가했다. 장민제 위원은 "한국일보 오피니언의 차별성이 무엇일까 물었을 때 답하기 쉽지 않다"며 다양성 확대로 답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9기 뉴스이용자위의 마지막 회의인 이날 회의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이 참석했고 정명화 위원과 권혜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밝혔다. 한국일보에선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박일근 수석논설위원과 강주형 오피니언에디터가 함께했다.


"사설, 균형 좋지만 논조 선명해야"

정파성이 강하지 않은 신문으로 알려진 한국일보답게 사설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판하면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시기별로 중요한 의제를 잘 선정했고, 감시자적 견제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대선 전 기획재정부 분리,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의 구상에 대해 절차와 공론이라는 원칙을 기준 삼아 평가한 점에서 균형감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권혜진 위원은 "사설에서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출범의 여러 쟁점을 짚고 중요 의제를 제시하는 등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했다. 장민제 위원은 “좌우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한다"며 '"검찰개혁, 차분하게 소통”… 정성호의 속도 조절 타당하다'(7월 2일 자), '‘더 강한 상법’ 일단 지켜본 뒤 추진해도 되지 않겠나'(7월 7일 자) 같은 사설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균형과 중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선명치 않은 논조, 기계적 중립, 양비론에 빠지기 쉽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하상응 위원은 "한국일보 사설은 때로 기계적 중립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선 넘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의연한 대응 아쉬운 대통령실’(7월 10일 자)을 들었다. '통합을 강조한 대통령이기에 국무회의 배석 금지보다 세련되고 의연한 대응이 바람직했다고 본다'는 대목은 "대통령도 잘못했다는 비판을 억지로 붙인 느낌"이며, "제목에서 말한 ‘의연함'의 사전적 의미는 '굳세고 꿋꿋하여 어떤 상황에도 끄떡없는 태도'인데 그렇다면 배석을 금지한 게 의연한 대응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민생 추경 여당 단독 처리... 협치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7월 5일 자)에선 "구체적 대안 없이 국민의힘 비판을 사족처럼 덧붙여 양비론에 빠졌다"고 말했다. 유혜정 위원도 '만시지탄 3특검 통과... 이제 정치는 손 떼라'(6월 6일 자)에 대해 "제목이 말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결과적으로 사설의 메시지가 모호해졌다"며 명료한 제목 달기를 주문했다. 하 위원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자유시장 원칙을 중시하면서 이를 침해하는 경우 정당을 막론하고 비판하는데, 이런 것이 일관된 언론의 입장"이라며 "한국일보가 정치적 편향에 대한 고민을 줄이고 논조의 선명함을 지향하면 좋겠다. 개인 칼럼은 오히려 의견을 자신 있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주제, 정치와 외교에 치중"

사설이 다루는 주제가 정치와 외교안보에 너무 치중돼 있어 다른 중요한 의제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유 위원은 "한 달 여간 사설 주제를 헤아려 보니 정치가 약 45%, 외교가 약 20%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사회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기후 관련 사설은 단 한 건이었다"고 분석했다. 권 위원도 "기후위기, 산업재해 등 좀 더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건으로 지목된 기후위기 관련 사설은 '매년 심해지는 폭염, 이젠 ‘피서권’도 기본권 돼야'(7월 10일 자)였는데 유 위원은 "폭염을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닌 생존권과 연결된 사회 문제로 바라보고 지원 필요성을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장 위원은 "새롭고 주목해야 할 주제"라며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사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위 피하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주장한 사설

비판은 적절하나 대안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사설마다 문제 제기는 분명하지만, 실질적 해법 제시는 다소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민구 위원은 '트럼프 "한국 관세 25%"... 실리 챙기기 총력전을'(7월 9일 자)에 대해 "관세조치에 신속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했지만 구체적 방안이 부족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외신의 분석이나 타국 사례, 실현가능한 전략도 함께 제시했으면 좋았겠다"고 했다. 박 수석논설위원은 "사설이 기계적 중립에 그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 또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수·남성 위주 필진 더 다양해져야"

칼럼에 대해선, 특히 외부 칼럼을 중심으로 필진과 주제의 다양성을 확대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 위원은 "한국일보 사이트에 실린 칼럼니스트 소개를 보면 보면 교수 10명, 기관·연구소 4명, 작가· 평론가 2명, 의사 1명, 정치인 1명이다. 업데이트가 잘 안 돼 있고 그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교수·남성 위주다. 필자들이 자기 전공 분야의 정책을 비평하는 경우가 많아 칼럼이 사설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며 필진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를 짚었다. 그는 "경향신문의 경우 시인, 작가, 문학평론가, 1인 연구소 대표,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 필자가 있고 여성 필자 비율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칼럼의 소재가 다양하고 품질과 재미 면에서도 뛰어난데 그러한 영향일 것"이라며 "예술인, 사업가, 교사, 노동자, 소수자 등 다양한 필자를 한국일보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 위원도 같은 맥락에서 청년층 필자를 늘릴 것을 당부했다. '2030 세상보기' 코너가 있지만 그 외에는 2030세대 필자가 없다는 지적이다. 권 위원은 사내·외 칼럼을 막론하고 여성 필자를 늘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일보 사내 칼럼 중에 기대를 갖고 찾아볼 만큼 좋은 여성 필자의 글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전체 필진 구성은 사내·외 모두 여성 칼럼니스트의 비중이 낮다. 여성 필자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부 칼럼도 거를 건 걸러야"

외부 칼럼을 다루는 한국일보의 게이트키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권 위원은 "탄핵 선고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한국의 창] 국민들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하자'는 외부 필자의 칼럼이 오피니언면에 실려 한국일보 안팎에서 비판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며 "외부 필자의 칼럼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적절하게 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은 "주장의 근거가 너무 빈약하거나 가짜뉴스에 의존한 경우 칼럼 내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칼럼 제목과 부제에도 더 신경 쓸 필요가 제기됐다. 하 위원은 ‘[신기욱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북정책,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다’(7월 7일 자)에 달린 부제를 지목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쉽지 않고 칼럼 내용과는 차이가 있어 필자가 봐도 갸우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 칼럼 '長靑年, 늘 푸른 마음'에 대해서는 "웰 다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다뤄 유익했다"(장 위원)는 평과 "패션을 주제로 한 칼럼은 특정 브랜드를 지나치게 광고한 것으로 보여 아쉬웠다"(권 위원)는 평이 엇갈렸다. 또 정지훈 위원은 "몇몇 칼럼의 경우 내용이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 이재명 또 소환 통보', '#이재명 정치생명 위기' 같은 태그가 붙어있다. 단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칼럼과 관련도 없고 이미 지나간 이슈를 태그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강 오피니언에디터는"다양한 필자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목에는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중견기자 '36.5˚C' 따뜻한 시선 인상적 "

기자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고립 청년 문제에 접근한 '[36.5˚C] 미지와 김살모사'

한국일보 사내 칼럼 중에선 인상 깊은 코너로 중견 기자들이 쓰는 '36.5˚C'가 첫손에 꼽혔다. 기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서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평이었다. 정지훈 위원은 '쉬는 청년'을 패배자로 낙인찍는 현실을 비판한 '미지와 김살모사'(7월 1일 자)에 대해 "취재 중 만난 고립 청년 후원자 에피소드와 기자 자신의 친구 이야기가 생생함을 더했다"며 "'사람의 온기로 써내려가는 세상 이야기'라는 코너 소개 문구가 이 칼럼을 말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되풀이된 비극'(7월 8일 자) 또한 "교육 현장의 악성 민원과 교권 보호 실패를 특정 학부모나 개인의 문제보다 제도와 구조의 문제로 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유 위원)고 평했다.

최윤필 선임기자의 '기억할 오늘'에 대해 정명화 위원은 "인종, 젠더 등 사회적 불평등을 두루 다루는 날카로운 시각과 설득력 있는 필력이 드러나는 좋은 시리즈"라고 호평했다. 다만 "미국 중심의 소재에 치우친 점은 아쉽다. 6월 2일~7월 10일 자에 실린 29개 칼럼 중 20개가 미국 사건을 소재로 했는데 다른 나라 역사도 다뤄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은 충실한 자료조사와 정보 출처 링크 삽입을 칭찬했다.

김 위원장은 '김희원 칼럼'이 "양비론적 칼럼과 달리 주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증거 기반의 논리 전개를 통해 독자가 이슈의 배경과 함의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을 제명한들'(6월 24일 자)은 "정교한 젠더·세대 분석으로 청년 포퓰리즘의 본질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재명은 왜 압도하지 못하나'(5월 27 일 자)는 "정당 정치가 회복해야 할 민주주의의 본질적 역할을 환기시켰다"고 평했다. 그는 "한국일보 전통을 잇는 칼럼으로서 더 자주 실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은 '라제기의 슛&숏'에 대해 "기자의 오랜 영화 취재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칭찬했다. 다만 OTT 플랫폼의 영향, K컬처 정부 투자, 영화계 침체 등을 짚은 칼럼에서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해 준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통념과 주류 담론을 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점에서 '지평선'도 많이 읽는 칼럼으로 꼽혔다. '대통령 참모들의 건강 페이'(7월 4일 자)는 "워커홀릭 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유쾌하게 담아낸 풍자 칼럼"(김 위원장), '남자가 어떻게 양산을 써?'(7월 10일 자)는 "신선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장 위원)라는 평을 받았다. 반면 '미 국무부 브리핑의 K방산'(7월 7일 자)은 "내용과 제목이 동떨어진 느낌"(장 위원)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몰입감 높았던 연명의료 기획

연명의료의 고통과 어려움을 다룬 기획 '유예된 죽음' 첫 회 지면 기사
225개 지자체 예산을 분석해 긴급복지 예산 부족 문제를 짚은 기사

지난달 좋은 기사로 뉴스이용자위원들은 '유예된 죽음 - 연명의료결정제 7년'(6월 30일 자~7월 4일 자) 기획을 꼽았다. 유 위원은 "필요성과 윤리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연명의료에 대해 환자 가족의 고통과 어려움, 의료전문가의 평가, 법적 정의 및 절차 등을 매우 심도있게 다뤘다. 인터랙티브로 가상체험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지훈 위원은 "시뮬레이션 – 퀴즈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안내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좋았다. 기사를 읽고 주변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 어디 있는지 찾아볼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고 칭찬했다. '반지하 비극 뒤엔… 긴급복지 ‘연말 사각지대’' '굶주리다 주민센터 찾았지만 결국 사망… 연말이면 긴급복지 예산이 없다'(이상 7월 7일 자)에 대해서도 "225개 지자체 긴급복지 예산 실태를 한국일보가 직접 분석해 예산 고갈 시점과 심각성, 예산 부족 원인 등을 다룬 심층 기사"(유 의원)라는 호평이 나왔다.

반면 창간기획 섹션(6월 9일 자)에 대해선 아쉬움이 표출됐다. 권 위원은 "창간 특집으로 무게감 있는 기획 기사를 기대했는데 B섹션 12개 지면이 통째로 광고 섹션이었다. 광고 표시도 B1면에만 작은 글씨로 ‘Advertorial section’이라고 썼고 나머지 지면엔 없었다. 광고 지면엔 '전면 광고'라고 한글로 표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 사람, 생각] 한국과 일본, 신은 몰라도 점운세는 믿는다'(7월 2일 자)에 대해서는 "소재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점에 대한 여론 수치만 보여줄 뿐 그 원인에 대한 대한 분석이 없어 아쉽다"(장 위원)는 지적이었다.

9기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명단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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