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 4.0시대 l '케데헌'으로 확인하는 K-컬쳐의 위상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5. 7.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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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아닌 다수가 향유하는 주류 문화에 진입중?
전통문화, 라이프스타일까지 관심의 대상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세계를 달구고 있다. 

'케데헌'은 글로벌한 인기의 한국 3인조 케이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밤에는 악령을 사냥하며 인류를 지키는 내용이다.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미국의 소니픽쳐스가 제작했고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매기 강이 연출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 문화와 현재의 생활양식들을 풍성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케데헌'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순위 집계에서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영화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OST는 빌보드 앨범 차트를, 'Golden' 'Your Idol' 'Soda pop' 같은 수록곡들은 스포티파이를 휩쓸고 있다. 곡들의 폭발적 해외 인기는 가장 정복이 어려운 빌보드 싱글 핫 100 차트, 그리고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더 큰 성취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빅뱅과 블랙핑크로 케이팝 전성시대를 이끈 YG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들이 음악적 색깔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케이팝의 대표적인 성공 코드들을 정리해 놓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케이팝 팬들에게는 익숙한 분위기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성인들 반응도 뜨겁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는 수록곡들을 무한 반복하는 자신 모습 게시물이나, 극중 악령이지만 매력적인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스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비록 한국이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케이팝과 한국 문화를 주요 모티브로 만든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글로벌하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은 근래 전 세계로 번져온 K-컬쳐 열풍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케데헌'은 한류와 케이팝의 비즈니스적인 대히트작에 단순히 머물지 않는다. 계속 뜨거워져 온 'K' 열풍이 다시 도약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신기원을 이루는 작품으로 봐야할 듯하다. 해외(제작사)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꼼꼼하고 정확하게 담기 위한 노력을 하는 현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케데헌'에는 서낭당, 한옥 기와집, 도심 성곽을 배경으로 저승사자, 도깨비, 작호도의 호랑이와 까치가 등장한다. 갓, 노리개 매듭 같은 전통 공예품이나 고구려 시대 무기들도 등장하지만 현재의 남산타워, 핫도그 가게, 즉석 사진 부스, 불법 주차된 차들이 있는 주차 금지 구역, 유명인 방문 인증 사진이 걸린 한의원 같은 생생하고 실제적인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낙산공원/'사진='넷플릭스 '케데헌' 방송 영상 캡처

힘을 내기 위해 국밥을 먹고 식당에서 젓가락을 상에 놓을 때는 티슈를 받쳐 놓는다. 멜로망스, 서태지와 아이들, 이박사의 노래가 배경 음악이나 휴대폰 벨소리로 깔린다. 고증에서 모호한 부분이 일부 없지는 않지만 이를 문제 삼는 일은 과도한 지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해외 제작사가 한국 전통 문화와 현실 재현에 대해 신경 쓴 정도는 한국인으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과거에는 심했고 최근 한류와 케이팝이 인기를 얻는 상황에서도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한국 과거, 현재에 대한 묘사는 실제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역사물에서는 중국 같기도 일본 같기도 한 국적 불명의 건축물과 의상들이 등장하고 때로는 동북아마저 벗어나 멀리 동남아의 생활양식들이 뒤섞여 등장할 정도로 부정확했다.   

한국인들이 들을 때는 억양도 발음도 괴상해 몰입을 깨트리는 한국어를 중국이나 일본인 배우 또는 한국어가 보조어인 현지 2,3세대 교포 배우들이 대충 하는 장면도 많았다. 하지만 '케데헌'은 영어가 주 언어인데 '후배', '막내' 같은 케이팝 문화에서 흔히 쓰이는 한국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 발음도 굉장히 한국어로 정확하다.   

전통 문화, 생활양식, 한국어가 서구어 기반 해외 제작물에서 한국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이 신경 쓰게 된 배경은 한국 문화와 생활양식을 실제로 아는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그들의 사실감과 공감을 위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한편으로는 K-컬쳐의 확산으로 '한국적인 것이 힙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결과로도 보인다. 타 문화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높지 않을 때는 자의적으로 상상하고 대충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선망하게 되면 본토에서의 실제 생활상과 전통 문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추구하게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케이팝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류가 서구의 주류 문화가 됐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하지만 '케데헌'이 한국의 디테일에 힘을 쏟고, 이런 작품이 해외 수용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물론 대 히트작까지 되는 상황은 K-컬쳐가 서구의 확고한 주류 문화인지는 아직 몰라도 주류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다는 해석 정도는 가능할 듯하다.

'케데헌'을 기점으로 'K' 열풍은 통시적으로까지 확장해나가는 분위기다. 동시대의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 패션만이 아니라 과거의 축적인 한국 전통 문화까지 관심을 갖는 해외 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공연장만큼이나 한국중앙박물관이 한국 여행의 핫스팟으로 떠오르는 이런 K-컬쳐의 새 국면은 김구 선생의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바람이 한국의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며 완전체가 돼가는 양상으로 보여 향후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만든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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