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농업, 사과·오미자로 1조 시대 연다

황진호 기자 2025. 7. 14. 16: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략작목연구소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생태계 구축
감홍·오미자, 프리미엄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 진출 본격화
신세계에 입점한 문경감홍사과.
"문경 농업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간다."

문경시가 전통 농업도시의 틀을 깨고, 고부가가치 전략산업으로 농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중심에는 '문경사과'와 '문경오미자', 그리고 이들을 기반으로 조성될 1조 원 규모의 농업조수입 생태계가 있다. 그 전환의 신호탄이 바로 문경시 전략작목연구소 출범이다.

2023년 12월 8일 문을 연 이 연구소는 단순한 농업지원기관이 아니다. 기술, 인력, 유통, 마케팅, 수출까지 총괄하는 문경 농업의 컨트롤타워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사과에서 6,000억 원, 오미자에서 1,000억 원, 기타 작목 3,000억 원 등 총 1조 원 시대를 열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신세계에 입점한 문경감홍사과.
△선택과 집중,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경시의 전략은 명확하다. 전국 최고 품질의 사과와 오미자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선두주자로는 김경훈 전략작목연구소장과 김미자 문경농업기술센터소장이 전면에 섰다.

사과 전문가 김경훈 소장은 "반드시 두 작목으로 농업조수익 7,000억 원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국내 단일 품목 기준 최고의 성과인 성주 참외(6,000억 원)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처럼 문경시는 단순한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농업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오미자 수확
◇문경오미자, 다섯 가지 맛이 만든 미래 산업

'다섯 가지 맛의 기적'으로 불리는 문경오미자는 수천 년 전 고대 동아시아 약학서에도 등장하는 귀한 약재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신농본초경' 등에 공통으로 수록돼 있으며, 문경은 조선시대부터 오미자의 대표 주산지였다.

현대 산업으로서 문경오미자의 역사는 1993년 야생 오미자 이식재배 성공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후 2006년 오미자산업특구 지정, 2008년 국내 최초 오미자연구소 설립 등 기반을 구축하며, 오미자는 문경을 대표하는 전략작목으로 성장했다.

오미자 수확
오미자 판매
△6차 산업의 모범 모델 - 문경오미자.

문경시는 오미자를 단순한 특산품이 아닌 1차 재배·2차 가공·3차 체험관광이 어우러진 6차 산업의 모범 사례로 육성해 왔다.

전국 오미자 재배면적의 35%를 차지하며, 2023년 기준 545㏊에서 2,259t이 생산되고 있다. 가공업체는 2004년 1곳에서 2022년 46곳으로 급증했고, 음료·기능식품·향장제품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미자샴푸', '오미자립밤', '오미자순대' 등 이색 가공제품은 문경 농업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오미자 수확
◇오미자, 이제는 K-푸드로 세계를 향한다

오미자는 단순한 맛을 넘어서 항산화, 항염, 간보호, 면역력 강화 등 과학적 기능성까지 입증된 과실이다. 이에 문경시는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임상실험을 통해 오미자추출물 기반 음료, 건강보조제, 씨오일 화장품 등을 개발해왔다.

2025년 3월, 글로벌 웰빙스파 그룹인 테르메그룹코리아와 MOA(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오미자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됐다.

1월 첫 수출(7만4000 달러), 6월 두 번째 수출(6t), 그리고 8월 예정된 'Korean Days @ Therme' 대형 홍보행사 등으로 문경오미자는 K-푸드의 미래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감홍사과
△과계의 에르메스 - 감홍사과.

한편, 문경사과의 대표주자는 단연 감홍이다. '사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감홍은 1981년 개발되어 2000년 품종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외형 문제와 저장성 부족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재배를 포기한 반면, 문경은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문경시는 감홍의 진한 단맛과 향에 주목해 2006년부터 감홍 중심의 사과축제를 개최하고, 전문연구소 설립과 재배기술 개발에 힘썼다. 그 결과 감홍사과는 현재 전국 재배면적의 62%를 문경이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제1주산지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문경감홍사과.
△백화점도 놀란 고급 브랜드 -'프리미엄 30 프로젝트'

2024년 10월, 신세계백화점에서 출시된 '감홍 프리미엄 6구 세트'는 2.5kg 한 박스에 15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조기 완판됐다.

벌크형, 실속형도 모두 품절되며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경시는 이를 계기로 '프리미엄 30 프로젝트'를 가동, 단순 생산이 아닌 품질과 브랜드 중심의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2028년까지 감홍 재배면적을 800㏊, 시장 규모를 3,000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위기와 도전 속, 문경이 내놓은 해법

물론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령화, 인건비 상승, 수매가 불안정, 유통구조의 단순성 등 농촌이 마주한 구조적 한계는 문경에도 적용된다.

특히 오미자의 경우, 2015년 이후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세를 보이며 가격도 정체되고 있다.

이에 문경시는 △생산 자동화, △수출다변화, △중간소재 산업 강화, △체험관광 연계, △창업 지원 등 종합적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가는 '오미자대학'을 통해 전문기술을 배우고, 소비자는 관광을 통해 문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구조다.

◇다섯 가지 맛, 하나의 미래 .

문경의 사과와 오미자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다. 이들은 기술, 전통, 인력, 정책이 어우러진 미래형 농업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문경시 전략작목연구소의 출범은 이 생태계를 더 정밀하게 조율하고, 세계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본격적인 시작이다.

언젠가 세계 어느 도시의 식탁 위에서, 문경 감홍사과와 오미자 음료가 함께 놓일 그날.

문경의 농업은 더 이상 지역 경제의 기반을 넘어, 대한민국 농산업의 미래를 대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