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일본의 농산어촌 부활전략을 살피자

일본의 농산어촌 활성화 정책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본격화된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일본의 시정촌과 도도부현은 한국의 시군구나 시도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폐합 요구가 상대적으로 강력했다. 이에 광역행정의 구현이 용이한 상하수도나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했다. 일본의 농산어촌 압축전략은 5000개 정도의 작은 거점마을(compact village)을 만들어 인구의 감소와 산만한 개발을 조절해 공공서비스 공급의 효율성과 완결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의 지자체는 지방소멸을 해소하려고 일촌일품, 마을만들기, 여가농원 빌리지, 평생학습도시 등 다양한 특화발전전략을 고안했다. 21세기를 전후해 등장한 지방창생, 지역특구, 지역부흥협력대, 압축도시, 관계인구 등도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 이러한 정책수단은 지역의 특성과 애로에 부응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구했다. 지역의 부존자원인 기차역, 고택, 지역축제 등을 활용해 지역재생계획의 단서를 포착하는 일에도 유의했다.
낙후지역 활성화라는 야심 찬 정책목표의 달성은 독창적 아이디어나 변혁적 리더십만으로 역부족이다. 보다 치밀하고 체계적인 총체적 접근과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연계한 거버넌스 전략이 절실하다.
일본은 국토의 중핵인 혼슈를 비롯해 남단의 큐슈와 북단의 홋카이도 및 동단 시코쿠라는 4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일본 최고의 낙후지대가 시코쿠다. 이러한 연유로 이곳에 위치한 현과 시정촌은 지역소멸에 대응한 내생적 지역발전전략을 추구했다.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지역유산의 매력을 앞세워 관광산업의 활성화도 중시했다. 마을만들기에 착안한 내생적 발전전략은 6차산업과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로 나타났다. 사찰일주 트레킹 프로그램이나 우동이나 에키벤을 활용해 지역정체성을 강화한 전략도 인상적이다.
시코쿠에 위치한 가가와현 나오시마는 인구 삼천 명이 사는 작은 섬이지만 문화의 바람이 불면서 매년 수십만 명이 찾아오는 예술섬으로 부상했다. 우리에게는 설치미술 땡땡이 호박과 이우환 미술관으로 알려진 곳이다. 공해에 찌들어서 쇠락하던 섬을 개조하는 프로젝트의 총지휘자는 후쿠다케 소이치로 베네세홀딩스 회장 겸 후쿠다케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안도 다다오라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에게 의뢰해 외딴 섬 땅속에 미술관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다소 모험적인 베네세하우스라는 숙박시설 투자도 감행했다. 이처럼 도전적인 지역재생 프로젝트의 성공비결은 지역 고유의 특성을 활용, 정부·주민·민간기업의 협력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예술·디자인·IT 등 창의적 아이디어의 활용, 주민주도형 지역재생으로 지역공동체 강화 등이다.
혼슈 중앙에 위치한 야마나시현은 좀처럼 늘지 않는 정주인구를 보완하는 정책수단으로 야마나시 링키지(linkage)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역공헌과 귀속의식이 있는 사람을 관계인구로 설정해 경제사회적 파급효과의 극대화를 추구한 것이다.
지방창생의 우수사례인 도쿠시마현 카미야마 마을은 빈집을 활용해 위성 오피스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지역경제를 촉진했다. 위성 오피스를 유치하자 아티스트, IT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온라인 영업 등 청·장년층 크리에이터 인력이 마을에 정착했다. 부안군 줄포노을빛정원 워케이션센터를 비롯해 전북의 농산어촌에 조성한 워케이션센터가 유사사례이다. 부산창조혁신센터도 생활인구를 유치하려고 부산역 아스티 호텔 24층 거점센터를 비롯해 사무, 숙박, 관광 등 워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다. 부산항이 보이는 쾌적한 사무실 공간을 마련하자 낙후한 원도심 호텔에 국내외 체류자가 늘어났다. 이처럼 워케이션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도시재생과 도시정비의 혼합, 대중교통 지향 개발(TOD : Transit-Oriented Development) 등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