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은 목적 없는 전쟁, 이미 실패…당장 멈춰야”

천호성 기자 2025. 7.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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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인권단체 ‘핑크 프론트’ 설립자 야니브 시갈 화상 인터뷰
이스라엘 성소수자 인권단체이자 민주주의 운동단체인 ‘핑크 프론트’의 설립자 야니브 시갈(35). 8일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 모습.

이스라엘의 실질적 수도 텔아비브 도심 하비마 광장에는 매주 토요일 저녁 수백명의 시민이 핑크색 옷을 입고 모여든다. 사람들은 화려한 바디 페인팅을 한 채 드럼을 치고 트럼펫을 불며 이렇게 외친다. “전쟁을 끝내자,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지키자.”

이들은 이스라엘의 엘지비티큐(LGBTQ·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핑크 프론트’(분홍 전선)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한복판에서 평화와 민주주의를 호소하는 이 단체의 설립자 야니브 시갈(35)을 한겨레가 지난 8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핑크 프론트는 지난 2020년 네타냐후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반대한 성소수자와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결성됐다. 이후 2023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행정부의 사법부 통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사법 개혁’을 시도했을 때 거리 시위를 주도하며 주목받았고, 지금은 전국 수천명의 회원을 둔 사회운동 조직으로 성장했다. 시갈은 “핑크 프론트의 집회엔 음악과 예술 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이스라엘 사회 특유의 마초적이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우리의 핑크색 깃발과 소란은 더욱 눈에 띈다”고 소개했다.

최근 집회의 슬로건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 촉구다. 대다수 이스라엘인처럼 이들은 인질들이 안전하게 석방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방식은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이 아닌 평화 협정이어야 한다고 시갈은 단언했다. 그는 “정부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막대한 군사력을 투입하고도 목표(인질 전원 구출)를 이루지 못했다”며 “억류된 모든 사람이 돌아오도록 하는 석방 협상과 즉각적인 종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갈은 네타냐후 정권이 목표를 잃은 전쟁에 젊은이들을 사지로 몬다고 본다. 그는 “이날(8일)도 가자지구에서는 10대 징집병 등 이스라엘 군인 5명이 죽었다. 이들은 수개월 전 ‘청소’(폭격) 당해 아무것도 없는 구역에 다시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가 (폭발물 폭발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가자지구 군사작전에는 이미 목적이 없다”며 “네타냐후는 전쟁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덮기 위해 더 많은 군대를 가자지구로 밀어넣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시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다른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 그는 “2023년 10월 사건(하마스의 침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경에 대한) 항구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함을 보여준다”며 “이스라엘은 75년 동안 (주변과의 분쟁 등으로) 확정된 국경선을 갖지 못했다. 이스라엘엔 국경이 필요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자기 나라를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정부가 가자지구에 세우려는 이른바 ‘인도주의 구역’에 대해서는 “완전히 미친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가자지구 남부의 제한된 구역에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를 수용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이후 강제수용소 구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갈은 “이미 가자지구 사람들의 고통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가자전쟁은) 이스라엘에 오래도록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시갈은 네타냐후 정권과 극우파가 가자전쟁 와중에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데도 우려를 비쳤다. 지난 3월 이스라엘 내각은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를 수사하던 갈리 바하라브 미아라 검찰총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국회(크네세트)에선 집권 리크드당 등의 주도로 아랍계 의원 아이만 오데에 대한 제명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그가 지난 1월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인질 모두를 석방하자고 주장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갈은 “이스라엘에선 (입법부인) 크네세트와 행정부가 완전히 분립되지 않아, 네타냐후 연정이 크네세트를 통제하는 형국”이라며 “정권은 자신들에 대한 유일한 견제 장치인 사법 시스템마저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스라엘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내년 네타냐후 총리 임기가 끝나고 나면, 전쟁과 고물가·치안 불안 등에 지친 시민들이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하리라는 것이다. 시갈은 “대다수 이스라엘 사람은 이스라엘이 전쟁 상태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녀와 친지가 전쟁터로 가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며 “현 정권이 망쳐놓은 것을 모두 고치려면 수년이 걸리겠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를 바꿔 그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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