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값은 못 올리겠고… 중국산으로 원산지 바꾸는 마른오징어

김수연 2025. 7.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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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서 혼술을 하려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평소 안줏거리로 자주 사먹던 마른 오징어 한봉지를 사들고 나온 A씨는 제품 포장을 뜯다가 전에 못보던 스티커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제품 포장은 기존과 같은 것을 쓰는데,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 바뀌어서 스티커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산 오징어를 쓰면 원재료비가 너무 비싸지는 문제도 있고,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자니 '가볍게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 안주'라는 콘셉트에도 안 맞기 때문에 제품 가격은 올리지 않고 원재료를 중국산으로 바꾼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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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물산, 마른안주 중국산 대체
동해 오징어 어획량 급감 영향
원가 상승에 판매가 유지 시름
성호물산이 편의점에 납품하는 ‘맛나건어상회 슬라이스오징어’ 상품정보.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퇴근 후 집에서 혼술을 하려고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평소 안줏거리로 자주 사먹던 마른 오징어 한봉지를 사들고 나온 A씨는 제품 포장을 뜯다가 전에 못보던 스티커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티커엔 ‘원재료명: 오징어(중국산)100%’라 써있었다. 살살 벗겨내니 ‘원재료명: 오징어(국산)100%’라는 인쇄 문구가 보였다.

국내산이 들어가 있어야 할 오징어 봉지에 중국산이 들어 있던 것이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민들의 단골 술안주로 꼽히는 마른 오징어 제품의 원산지가 국내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뀌고 있다. 원가 상승 여파로 국산 오징어로는 판매가를 유지하기 힘든 업계가 내놓은 고육책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눈가리고 아옹’이란 비난도 함께 나오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건어물 제품 등을 취급하는 성호물산은 최근 동해산 오징어를 쓰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했던 자사 제품의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바꿨다.

국산에서 중국산 오징어로 원재료를 바꾼 제품은 편의점에 납품되고 있는 ‘맛나건어상회 슬라이스오징어’다.

성호물산은 해당 제품 포장지 뒷면에 표시하는 상품정보 중 ‘원재료명’에 ‘오징어(중국산)100%’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여 납품 중이다. 국산 오징어를 쓰는 것이 비용적으로 감당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산 오징어는 기후변화 여파로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이른바 ‘금(金)징어’ 가된 상태. 원가 급등으로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할 상황에서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보니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원산지만 중국산으로 바꾼 것이다. 고물가 탓에 소비가 줄고 있는 마당에 가격마저 올릴 경우 판매량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성호물산 관계자는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해 국산 오징어 재고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원물 자체를 중국산으로 바꾸고, 슬라이스 오징어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 포장은 기존과 같은 것을 쓰는데,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 바뀌어서 스티커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산 오징어를 쓰면 원재료비가 너무 비싸지는 문제도 있고,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자니 ‘가볍게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 안주’라는 콘셉트에도 안 맞기 때문에 제품 가격은 올리지 않고 원재료를 중국산으로 바꾼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원재료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게 부담스러워 내린 조치나, 소비자들로부터 ‘눈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산지가 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뀐 만큼, 가격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수온 상승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는 대표 어종이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강원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2만4000여톤에 달했으나 2010년대엔 1만톤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850여톤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은 치솟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지난 11일 기준 오징어(원양 냉동) 한마리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4787원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25 수산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냉동 오징어 1㎏ 소비자 가격은 전년(1만8874원)보다 5.3% 오른 평균 1만9878원(1만7850원~2만733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6865원)과 비교하면 2.9배 상승할 것으로 수산경제연구원은 예상하고 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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