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vs KKR, 누가 SK이노에 5조 댈까
정영채 메리츠 고문 '데뷔전'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광양·파주·여주·하남·위례발전소 등 민간 발전소 5곳과 해외 LNG(액화천연가스) 광구 등 LNG 밸류체인을 담보로 5조원을 조달하는 유동화 거래에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전은 압도적으로 낮은 금리를 앞세운 메리츠증권과 유리한 거래구조를 제시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특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지난 1월 메리츠증권에 상임고문으로 영입된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의 데뷔무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이 메리츠증권과 KKR의 경쟁을 활용해 얼마나 유리한 대출 구조를 얻어낼지도 관심이다.
◇상반된 구조 제시한 KKR·메리츠
14일 IB업계에 따르면 전일 이뤄진 SK이노베이션의 LNG 자산 유동화거래에 메리츠증권과 KKR이 참여했다. 참여가 유력했던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상황을 관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부터 SK측과 접촉하며 거래 성사에 총력을 기울여 온 KKR은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이용해 5조원을 빌려준다는 계획이다. LNG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C)에 옮긴 뒤, SPC가 발행한 RCPS를 전략 인수한다는 것이다. SK측이 기한 내에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KKR은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담보로 잡은 자산을 모두 인수하는 구조다. KKR은 2021년에도 동일한 구조로 SK E&S(현재는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의 도시 가스 자산을 유동화해 3조원을 공급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RCPS 대신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SK이노베이션에 콜옵션을 주고, 약속한 기한 내에 콜옵션이 행사되지 못하면 전체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를 짜고 있다. RCPS는 상환권 발동시 부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증권사가 대규모로 발행하면 순자본비율(NCR·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지고, 전체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당초 메리츠증권은 전체 5조원 중 4조원을 선순위로 외부에서 조달하고, 자기자본으로 후순위 1조원을 담당하는 구조를 짰다. 하지만 외부 조달에서 4조원을 채우기 어려워지자 구조를 바꾼 ‘플랜B’도 검토하고 있다. LNG 민간발전소 5곳 중 여주, 하남, 위례 3곳만 CPS로 유동화해 2조~3조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SK온에 주가수익스왑(PRS)을 통해 제공하는 방안이다.
◇메리츠, 낮은 금리 강점이지만…
KKR과 비교해 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메리츠증권은 KKR 대비 압도적으로 낮은 금리 부담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KKR이 연 8% 초반을 제시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연 6% 후반을 제안해 SK 입장에서는 연 금리 부담이 1.5%포인트 낮다.
다만 실제로 메리츠증권이 이같이 낮은 금리로 5조원을 대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사 안팎의 의구심이 크다. 선순위 자금 공급 수요가 부진하자 PRS 카드를 꺼내든 점이 단적인 예다. PRS는 회계상 대출 인식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의 검토가 이뤄지고 있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인지 불확실성이 있다.
IB업계 대부로 꼽혀온 정영채 고문이 이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정 고문은 직접 새마을금고 등 국내 기관들과 접촉해 선순위 투자 의향을 물으며 거래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자산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일정 수익을 올리는 구조도 정 고문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5조원 중 4조원은 연 5%대 금리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자기 자본을 통해 후순위로 투입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금리격차를 활용해 후순위 수익률을 9~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고민에 빠진 SK
SK그룹은 고민에 빠졌다. 두 제안의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조달금리만 고려하면 메리츠증권 제안이 유리하지만, 빌린 돈이 자본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는 KKR의 RCPS 구조가 낫다. 메리츠증권이 짠 구조는 대규모 부채를 인식해야할 위험이 있다.
만에 하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도 LNG 자산만 처분하면 위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KKR의 제안이 낫다. 메리츠증권의 구조에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보증이 필요해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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