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래성장 동력 찾기] 중고차 수출 메카…그 이면엔 '도시 슬럼화' 그림자

김칭우 기자 2025. 7. 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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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도로는 주차장]
송도유원지 일대 '야외 차량창고'로 전락
인근 주택가 무적 차량 방치…주차장 방불

[단지 안 위태로운 일상]
무자격 행정대행·유령 업체 양산 등 심각
화재 사고 반복·세관 단속 적발 업체 속출
생활권 자체 고정…임대료 폭탄 등 악순환

[대안은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
라인올물류, UCC 모델 제안…운영방식 공개
영상검수·계약·통관절차까지 한 곳서 처리
단지 운영 표준화·업체 간 비용절감 효과도

효율성 집중 '합법화된 수출단지' 거듭나야
▲ 인천은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고차 수출 허브이지만 이면에는 시민 불편과 도시 슬럼화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밀집단지인 연수구 옥련동 송도유원지 일대.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밤만 되면 도로가 주차장입니다. 번호판 없는 차들이 많아 외출하기가 무서울 정도에요."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유원지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2015년 21만대였던 한국의 중고차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30만대(36만174대), 2019년 40만대(46만9876대)를 넘겼고 2024년 62만7825대에 달했다. 이중 80% 정도가 인천항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된다. 인천은 명실상부한 중고차 수출 메카이나, 그 이면에는 시민 불편과 도시 슬럼화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교통지옥, 방치차량…도심 속 '무법단지'

수출 중고차 보관장, 수출 차량을 컨테이너에 적치하고 고박하는 쇼링장, 수출업체 사무실 등이 들어선 송도유원지 일대는 이미 거대한 '야외 차량창고'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습적인 교통정체, 불법주정차, 역주행, 대형차량의 인도 침범 등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인근 주택가와 상가에는 번호판이 제거된 '무적 차량'이 방치되고, 골목마다 장기 주차된 대형차로 인해 청소차조차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은 야간 통행을 꺼릴 정도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수출 차량 통행으로 인한 혼잡은 인근 식당, 병원, 마트 등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상권 위축으로 이어진다. 일부 소상공인은 매출 급감에 폐업까지 선택했다. 시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기반시설이 단지와 대형차량의 물리적 점유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중고차 수출이 늘면서 컨테이너에 수출용 중고차를 고박하는 쇼링작업도 크게 늘었다. 40피트 컨테이너 1대당 4~5대의 승용차를 선적한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단지 집적화 효과 크지만, 일상화된 불법고리 끊어야

외부로 노출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단지 안에서는 정비, 유류 저장, 혼합적재된 밀수품 수출, 무자격 행정대행, 유령업체 양산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일상이 계속 된다. 화재 사고가 반복되고, 세관 단속에 적발된 업체가 속출했지만, 제도와 단속 모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는 수차례 폐업과 재설립을 반복하며 사실상 규제를 무력화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송도유원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밀집화로 인한 시너지가 크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를 활용한 수출이 코로나19 시기 급속히 늘어나면서 컨테이너 고박에 필수적인 쇼링장이 대부분 옥련동에 몰려 있는 이유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요소가 맞물리며 쇼링을 거친 컨테이너 수출은 급격히 증가했다. 인천항에서는 컨테이너를 통한 수출이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통한 수출에 비해 4배 가량 많다. 컨테이너를 통한 수출은 40피트(2TEU) 컨테이너 1대 당 4~5대를 고박하는 쇼링 작업이 필수다.

차량 보관장과 선적장이 분리되면 물류비용이 폭증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무엇보다 수출업체 종사자의 숙소, 식당, 자재상 등이 이 일대에 형성돼 있어 생활권 자체가 이곳에 고정됐다. 사실상 자율적 이전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 수출용 중고차 쇼링을 마친 컨테이너를 운반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임대료 폭탄과 전대 구조…산업경쟁력까지 위협

송도유원지 일원에 구축된 중고차 단지는 대형 토지주나 자치단체 부지를 민간이 임대받아 사용하는 구조다. 하지만 일부 임차인이 이를 다시 전대·전전대하며 수익을 챙기고 있어, 실사용자들은 애초 임차료에 비해 고가의 임대료를 감당해야 한다.

인천항만공사와 인천시 등 인천항 관련 기관에서는 송도유원지 외 공간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결과는 아직이다. 그간 대체단지로 거론됐던 인천남항 근처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이 사업성 부재로 중단위기에 처하면서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일부 항만부지를 활용한 수출 중고차 적치방식도 유관 단체 및 업체가 부지만 확보되면 일부 사용, 나머지 전대하는 것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것에 그치고 있다. 스마트 오토밸리 시행사가 사업 추진과 별개로 전대 의향서를 요청하는 것도 이 같은 사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천항 중고차 수출 증대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는 "중고차 수출산업은 매우 중요하며, 무엇보다 밀집된 (합법적)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이 필요하다"는 전제는 인정하면서도 "누가, 어디에, 어떻게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해야 하나?"로 질문으로 끝을 맺기 일쑤다.

대규모 부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인천항만공사나 인천시가 항만 물동량 창출 및 유지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모색하고, 적절한 부지공급의 기회가 부여돼야 함에도 거대 자본이 투여되는 '건설사업'에 매달리다보니 임시방편과 '버티기 운영'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이슈로 자동차 전용 운반선을 통한 로로방식의 중고차 수출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적의 자동차 전용 운반선 선적항인 인천내항.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대규모 건설사업 미련 버리고, 효율성에 집중해야

임대료 부담은 중소 수출업체에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의 가격경쟁에서 '가격에서도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업계가 합법적 중고차 수출단지를 적기에 조성하지 못한 상황에 임대료 상승에 직면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사이 거대 해외자본이 침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의 가장 강력한 중고 수출차 경쟁상대인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외국계 거대 자본세력이 매매, 보관, 수출작업, 선적 등의 공급망에 급속도로 침투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한국인을 앞세워 '바지사장'이나 명의를 빌려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인천항 중고차 수출업계에서는 멀지 않은 시기에 표면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계에서는 인천항 중고차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한 부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방식을 고수한다면 일부 사용, 나머지 전대라는 불로소득 구조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고차 수출단지의 합법화와 수출비용의 합리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의 제시로 송도유원지 중고차 단지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UCC, Used Car Cluster) 모델이 주목된다.

인천항 향토기업 ㈜라인올물류는 지난해 4월 인천항만공사와의 간담회에서 UCC 모델을 최초 제안하고, UCC 운영 방식 및 수익 실현 방식 등을 공개했다. 업체 스스로 1000평 규모 실증을 통해 기존 대비 최대 3배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시스템 안정화 및 확대에 나서고 있다.

UCC는 ▲AI 및 블록체인 기반의 '수출 중고차 장치 시스템'(UMS) 도입 ▲영상검수 ▲전자계약 ▲자동화 물류 ▲쇼링 ▲컨테이너 보관 ▲통관절차까지 중고차 수출 전 과정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통합 운영하는 구조다. 이는 무질서한 단지 운영을 표준화·투명화하고, 업체 간 비용 절감과 시민 불편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민경 ㈜라인올물류 상무는 "합법적 공간에서 수출이 확정된 중고차에 대해 쇼링과 컨테이너 등을 활용한 결과 효율성이 최소 3배 이상 최대 5배 까지 증가하는 결과를 도출했다"면서 "이미 간담회 참여했던 몇몇 업체가 같은 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운영을 하고 있으며 중고차 불법야적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UCC 방식은 인천항 유휴 항만부지와 자동차 수출 전용선 입항이 가능한 인천내항 4, 5부두 등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확정된 중고차에 대해서는 적층반식을 통해 내년 1월부터 자동차 전용 랙 컨테이너를 통한 수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UCC 방식이 인천항에 보편화될 경우 공간의 효율성이 높아져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도 단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중고차 수출 중심도시'로 성장해야

인천은 물류 중심도시로 대한민국 중고차 산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제도 미비, 시민 불만, 전대 이권 다툼 등으로 산업 왜곡이 혼재된 상태로는 중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단지 이전 여부를 넘어, 운영 방식과 구조 자체를 혁신할 시점이다. UCC와 같은 새로운 모델이 정착된다면, 중고차 수출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인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인천항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오토밸리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 모델에 구축에 매달린 사이 외국계 거대 자본이 침투하는 등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제도개선과 합법화된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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