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역량은 조금 빠른 타이밍에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 동남아·소비재 주목… 베트남 영화 프로젝트 투자 도전 하반기엔 북미 등 글로벌 스타트업 위한 투자펀드 준비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더벤처스 제공]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여러 번 창업에 실패하고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 대학생이 있었다. 대학교 졸업 후 스타트업에도 들어가 봤지만, 창업에 대한 그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중고거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대학 시절 의기투합했던 친구와 함께 중고상품 거래 플랫폼 ‘셀잇’을 창업했다.
얼마 후 이 플랫폼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됐고 번개장터와 합병했다. 그리고 창업을 했던 청년 대표는 셀잇에 초기 투자를 단행했던 투자사의 대표가 됐다. 지금 그는 투자 유치가 필요한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현장을 찾아 발로 뛰고 있다.
김철우(41·사진) 더벤처스 대표.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에 합류해 다시 투자자로 활동하는 선순환을 이룬 기업인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더벤처스는 2014년 액셀러레이터(AC)로 출발해 2021년 VC 자격을 추가로 획득한 곳이다. 임팩트 컬렉티브 코리아 펀드, 파운더스 커뮤니티 펀드, 베트남 전용 펀드 등 총 4개의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20억원이다.
투자사가 피투자기업 창업가를 소위 ‘픽’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와의 인터뷰에서 답은 명확해졌다. 시장과 대중이 좋다고 느끼는 시점보다 조금 빠른 타이밍에 잠재력을 파악해내는 그의 능력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스타트업에 들어가보기도 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눈에 들어왔고, 중고 거래 플랫폼 사업에서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밸류)가 보였다”고 운을 뗀 김 대표는 “하지만 사업 초기엔 주변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고거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2013년엔 주변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그거 돈 안 된다’, ‘이미 시장에서 잘 하고 있는 플랫폼이 있는데 너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나’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들뿐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셀잇 창업 전에는 개인적으로 중고거래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었다”며 “귀찮고, 잘 몰라서 중고거개를 안 했던 건데, 나 같은 사람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셀잇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VC 대표로서 그가 하는 일도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시장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보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모든 것에는 사이클과 타이밍이 있다”며 “초기 투자자로서 우리의 핵심 역량은 시장과 대중이 좋다고 느끼는 시점보다 조금 빠른 타이밍에 잠재력을 파악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학생 창업가들이 가진 ‘몰라서 하는 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자가 풀려고 노력하는 문제는 과거에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라며 “그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과거 도전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 다른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과거 풀이법에 익숙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험없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손꼽히는 커다란 혁신들은 대부분 대학생과 20대가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요즘 김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곳은 동남아 시장과 소비재 시장. 동남아 시장에서는 베트남 영화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은 회사 자체적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히 높아졌다고 판단해, 조금 더 현지화된 투자 전략을 실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소비재 시장의 경우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컨슈머 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김 대표는 “지금 투자 시장을 보면 인공지능(AI)에 다들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책자금도 AI 분야에 집중되다 보니 관련 분야 펀드 결성도 늘어나고, 투자 집행도 그쪽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도 유망하지만 소비재 분야에서도 좋은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서 언급한 기업 성장의 ‘사이클’과 같은 맥락에서, B2C 컨슈머 테크 스타트업들에도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투자도 씨드 단계뿐 아니라 시리즈 A, B까지도 투자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올해 이런 계획이 모두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자신했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규모 있는 후속 투자 건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더벤처스의 단일 투자 금액으로는 가장 큰 투자 건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투자펀드도 글로벌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는 “곧 해외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을 계획인데, 이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라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특히 북미 시장의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 별도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더벤처스의 누적 투자사는 252개사에 이른다. 초기 투자가 이뤄진 대표 사례로는 ‘헤이딜러’ 운영사 피알앤디컴퍼니, ‘지쿠’ 운영사 지바이크, ‘잡플래닛’ 운영사 브레인커머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