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로운 소년영웅 故 박건하 군 , 숭고한 그 이야기…해외교포가 만든 추모곡으로 되살아나
겨울 호수의 정적, 그리고 소년의 용기…박 군 이야기 담은 음악 탄생

최근 캐나다에 거주하는 교포 김토마스(필명 선우보)가 영남일보에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엔 그가 직접 작사하고 인공지능(AI)과 협업해 만든 노래 '의로운 소년, 박건하'가 첨부돼 있었다.
올해 일흔이 넘은 그는 메일을 통해 "우연히 인터넷에서 고 박건하군에 대한 영남일보 기사를 읽고 어린 소년의 빛나는 삶이 숭고하다고 여겨졌다"며 "특히 이 험한 세상에 보석처럼 아름다운 삶을 수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스토리를 참조해 제가 작사하고, AI와 협업해 노래 '의로운 소년, 박건하'를 창작했다"며 "박 군의 유가족에게 감사하는 한 해외 교포의 마음을 담아 전해주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 소년의 희생이 국경을 넘어 해외교포에 큰 울림을 줬다. 그 감동은 한 곡의 노래가 돼 돌아왔다.
곡을 직접 들어봤다. 곡 전반엔 차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단순한 비탄이나 애도가 아니라 박 군이 보여준 '의로운 선택'과 그 내면의 결기를 되새기도록 구성돼 있다.
초반부는 단음계 피아노와 낮은 현악기의 조화로 시작된다. 음역은 낮고 속도는 느리다. 겨울 호수 위 고요한 풍경과 긴박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동시에 오버랩시키는 듯 보였다.
듣는 이로 하여금 한 소년의 평범했던 하루가 비범한 순간으로 전환되던 그 시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중반으로 갈수록 음악은 점차 고조된다. 박 군이 친구를 구하고자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직접 묘사하진 않지만, 선율의 겹침과 음역 상승, 타악기 리듬의 긴박감이 상황의 전환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이곡은 말초신경을 자극할 정도로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후반부에선 되레 감정이 절제되는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 "너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는 후렴구를 반복한다. 절정의 순간에 외침이 아닌 '기억의 다짐'으로 마무리된다.
박 군의 고귀한 희생이 단발적 감동에 그치지 않고 끝없이 되내어지길 바라는 창작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가사 역시 눈물샘을 자극하거나 가십거리식 소년 영웅담을 드러내는 서사 대신, 담백하고 조용하게 전개된다. "네가 걸어 들어간 물속은 차가웠지만, 그 안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구절은 박 군의 당시 행동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가 어떤 마음으로 물속에 들어갔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노래를 다 듣고나면 고인에 대한 슬픔보다는 말없이 울리는 책임감과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이같은 구성은 노래가 단순한 추모곡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되새겨야 할 삶의 가치·용기·우정,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했다.
박 군의 사연은 지난 1월 대구 달성군 다사읍 한 저수지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로 처음 알려졌다. 사고 직후 '단순 익사'로 분류됐으나 "현장에 10명 가까운 아이들이 있었다"는 제보를 토대로 영남일보가 생존자와 목격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상황을 재구성했다.
그 결과, 박 군이 물에 빠진 친구들을 차례로 구조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살리려다 숨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남일보는 이를 '의로운 희생'으로 보도했고, 해당 보도는 대구시 조례(대구시 의로운 시민 등에 대한 예우 및 지원) 개정과 보건복지부 의사자 지정 결정으로 이어졌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