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절반은 그냥 참았다···신고 비율 15%뿐
응답자 34.5% “최근 1년 사이에 괴롭힘 경험”
신고 안 한 이유,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47.1%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6년이 흘렀지만 괴롭힘 피해자 절반 이상은 ‘참거나 모른 척’하고, 괴롭힘을 신고한 비율은 15.3%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10명 중 2명 가까이가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보면, 응답자의 34.5%가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번 조사까지 분기별 추이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8%로 가장 많았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에 의한 괴롭힘 피해가 31.6%에 달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한 응답자 중 18%는 ‘자해나 자살 고민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55.7%는 ‘괴롭힘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밝혔다. ‘회사나 노조,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15.3%에 그쳤다.
괴롭힘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가 47.1%로 가장 높았다.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가 32.3%로 그 뒤를 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와 무관하게 설문조사 참여자 모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기 쉽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73.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5인 미만,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간접고용 노동자 등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치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여야만 적용된다.
단체는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일 때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와 사업장 자체 조사를 병행하게 한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 지침’을 개정하라고 제안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의 셀프 조사 때문에 노동청의 소극적인 조사가 문제된다”며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내 조사의 문제점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사용자가 제출한 조사보고서를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치기 일쑤”라고 했다.
김 노무사는 “근로감독관이 신고 대상 행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지 않아’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 종결한 사례를 빈번하게 접한다”며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동부는 지침을 즉각 개정하고 ‘일회성 행위이므로 괴롭힘이 아니다’라는 판단 기준을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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