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수전 한창인데…강제경매 넘겨진 애경디자인센터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5. 7.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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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핵심 시설인 '애경디자인센터'가 강제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이 원료업체 A에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 센터가 법원의 강제경매에 처하게 된 배경에는 애경산업과 한 원료 납품업체 간의 장기 법적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경산업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디자인센터가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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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 인수전이 한창인데
핵심시설이 강제경매 개시돼
원료 대금 납부를 둘러싼 소송
채권액 크지 않아 곧 해결될듯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디자인센터. 지난 2023년 ‘애경 이노베이션센터’로 리모델링을 했다. [출처=요앞건축]
애경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핵심 시설인 ‘애경디자인센터’가 강제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애경산업이 원료업체 A에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데 따른 조치다.

14일 경·공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디자인센터 건물은 지난 6월 16일 서울지방법원에 의해 강제경매가 개시됐다. 현재는 수수료 부족으로 정지 상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건물의 시세는 152억~154억원인데, 채권자의 청구금액은 11억4783만원에 불과하다.

애경디자인센터는 2007년 애경산업이 화장품 및 생활용품의 디자인 강화를 위해 설립한 자체 디자인센터다. 2023년에는 ‘이노베이션센터’로 리모델링해 자회사 ‘원씽’과 디자인팀 사무공간,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iF 디자인 어워드 패키징 부문 본상 4개를 수상하는 등 브랜드 경쟁력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이 센터가 법원의 강제경매에 처하게 된 배경에는 애경산업과 한 원료 납품업체 간의 장기 법적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2015년 7월 원료납품업체 A사와 원료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A사는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총 7억2831만원 상당의 원료를 공급했다.

그러나 A사가 애경산업 제품개발 연구원 B씨의 어머니 회사인 것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애경산업은 ‘B씨가 A사가 어머니가 운영하는 업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납품업체로 선정되도록 유도했으며 시장 가격보다 고가로 원료를 공급받게 했다’며 부당계약을 주장하고, 대금 납부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씨는 상급자인 팀장의 지시에 따라 원료 납품을 보고했고, 독자적인 납품처 선정 권한을 갖고 있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급가액 또한 적정단가보다 높은 것은 인정되지만,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정해진 사안이기에 구체적인 불법 행위를 입증하지 않는 이상 이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아들과 어머니의 공모와 실행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고, 이에 따라 A사가 청구한 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을 근거로 A사 대표는 11억원에 달하는 채권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강제경매 신청을 애경디자인센터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산업은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겠다는 입장으로, 강제경매 집행 정지 신청도 함께 제기한 상태다.

현재 애경산업은 인수전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이다. 4000억원대 시가총액에도 불구하고 모 회사인 애경그룹이 매각 희망가로 6000억~7000억원을 제시하면서 매각가를 둘러싼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경산업 브랜드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디자인센터가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다만 채권 금액이 크지 않고, 애경산업이 보유한 현금으로도 충분히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이라 건물이 정말 경매로 넘어가는 등 인수에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소송 중에 발생한 사건이라 실제 경매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설령 법원의 집행이 진행되더라도 채권 금액이 11억 원 수준으로, 대금 지급에 문제가 있는 회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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