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파 열치료술] ‘침묵의 병’ 간암, 수술 없이 치료

차상호 2025. 7. 14. 10: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15분 시술… 다음날 퇴원할 정도로 회복 빨라

68세 A씨는 B형 간염을 앓던 중 건강검진에서 간암을 발견했다. 다행히 초기였고 수술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저 질환으로 인해 수술에 대한 부담이 커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여러 고민 끝에 A씨가 선택한 치료는 ‘고주파 열치료술(RFA, Radiofrequency Ablation)’이었다. 시술은 15분 만에 무사히 끝났고, 다음날 퇴원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간염,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은 상당 부분이 손상되더라도 특별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여기에 재발률까지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치료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가 입증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바로 ‘고주파 열치료술’이다.


◇절개 없이 바늘 삽입해 종양 제거= 고주파 열치료술은 1999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만 해도 생소하고 실험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간암 초기 환자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임현철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고주파 열치료술은 간 기능을 보존하면서 종양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초기 간암 환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이거나 간 기능이 저하되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설명한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초음파나 CT로 간암의 위치를 파악한 후 피부를 통해 가는 전극 바늘을 종양 부위에 삽입한다. 이후 고주파를 이용해 바늘 끝에 고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60~100℃로 태워 괴사시킨다. 시술 시간은 보통 10~15분 내외이며 대부분 국소 마취만으로 시행할 수 있고, 시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절개가 필요 없어 출혈이나 감염 위험이 낮고, 간 전체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간 기능 보존에도 유리하다.

또한, 반복 시술이 가능해 재발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고주파 열치료술의 장점은 시술 부담이 적다는 점이지만, 치료 성과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특히 3㎝ 이하의 단일 간암에서는 간 절제술과 유사한 수준의 치료 성과를 보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3㎝ 이하의 단일 간암 환자가 첫 치료로 고주파 열치료술을 받았을 때 10년 생존율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현철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고주파 열치료술을 진행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임현철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고주파 열치료술을 진행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재발 간암에도 적용 가능한 고주파 열치료술= 고주파 열치료술은 초기 간암뿐 아니라 간 절제 또는 간이식 후 재발한 간암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재발 우려가 큰 간암 특성상, 재발 시 수술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주파 열치료술이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된다. 재발한 간암은 일반적으로 크기가 작고 병변이 국소적인 경우가 많아, 고주파 열치료술과 같은 국소 치료가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고주파 열치료술 외에도 유사한 원리를 이용한 ‘극초단파 치료’나 ‘냉동제거술’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극초단파 치료’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암세포를 가열 및 괴사시키는 방식으로, 비교적 크기가 큰 암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어 치료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냉동제거술’은 아주 가는 치료 바늘을 종양에 찔러 넣고 가스를 사용해 극저온으로 암세포를 얼려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초기 간암일수록 효과가 뛰어나지만,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 자체가 쉽지 않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기능이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 국민에게 2년마다 1회 검진을 권장하고 있지만, B형 간염 보유자나 간경변증 환자처럼 간암 고위험군의 경우 6개월마다 초음파와 혈청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간암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2배로 커지는 시간이 다른 암들에 비해 3~7개월로 짧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검사만으로는 간암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초음파 검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검진 주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조기에 간암을 발견하고, 고주파 열치료술 같은 국소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임현철 교수는 “고주파 열치료술은 간암의 초기 치료는 물론, 수술 후 재발 관리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치료법”이라며 “반복 시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간암처럼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적합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임현철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