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 4.0시대 l 뷔와 제니, 우영우가 불러온 K-푸드 바람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5. 7. 14. 09: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들이 소개한 김밥, 불닭볶음면, 바나나킥 뜨거운 화제!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해외에서 김밥 열풍을 일으키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사진=방송 영상 캡처 

시계를 11년 전으로 돌려보자.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에 입국했다. 이들은 단체로 '치맥'(치킨+맥주)을 먹거나 삼계탕집을 찾아갔다. 이는 당시 중국에 수출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파였다. 극 중 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이 치맥을 즐겨 먹었고, 중국인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이는 실제 중국 시장에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거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혹시 같은 한국과 중국은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아닐까? 다시 시계를 제자리로 되돌려보자. 지난 6월말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글로벌 OTT 스트리밍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영어권을 포함해 전체 흥행 1위에 올랐다. K-팝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는 한국에서 만든 작품이 아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미국 소니픽쳐스에서 내놓은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치솟으며 덩달아 주목받는 것이 있다. 한국식 스낵이다. 

'별에서 온 그대' 시절에는 한류 콘텐츠가 주로 아시아권에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넷플릭스라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K-콘텐츠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거듭났다. 아울러 이를 통해 노출되는 K-아티스트, 그리고 그들이 소비하는 각종 음식과 패션까지 상승 효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김치로 대변되던 K-푸드 시장이 다변화되며 폭발적으로 팽창한 것은 괄목할 만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진=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은 퇴마사이자 3인조 걸그룹인 헌트릭스다. 그들은 김밥, 컵라면, 과자 등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다. 특히 컵라면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신'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즉 '신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라면이다. 물론 그들의 직업이 퇴마사라는 것을 고려해 한자어 '신'(神)이 붙었지만, 농심을 대표하는 라면에 붙는 '신'(辛)과 묘하게 겹친다. 아울러 그들은 이를 '라멘'이 아닌 '라면'이라 부른다. 통상 일본식으로 불리는 라멘이 아니라 정확하게 한국식 라면을 묘사한 장면이라는 뜻이다. 아울러 헌트릭스가 '매운 감자칩' 봉지를 뜯자 새우깡과 매우 유사하게 생긴 과자들이 흩어진다. 넷플릭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에 앞서 미국 뉴욕시에서 컵라면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작품이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담았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운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셈이다.

음식은 각국을 대표하는 문화이자 일상이다. 각 나라마다 기후와 그에 따라 재배하는 곡식, 요리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평소 먹는 것도 상이할 수밖에 없다. 음식 문화는 이를 섭취하는 사람들의 체취까지 바꿔놓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권에 사는 이들이 만났을 때 가장 적응하기 힘든 요소로 꼽히곤 한다. 

하지만 K-콘텐츠는 이런 음식 시장의 지형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K-콘텐츠를 선도하는 특정 스타를 통해 음식이 전파되기도 한다. 각국의 팬덤들은 그들이 추종하는 스타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제니가 미 토크쇼 '제니퍼 허든슨 쇼'에서 가장 애정하는 과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니는 지난 3월 미국 인기 토크쇼 '제니퍼 허드슨 쇼'에 출연했고, 이 자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자다. 진짜 맛있다"면서 농심의 바나나킥을 비롯해 새우깡과 고래밥 등을 소개했다. 이 직후 해당 과자들의 소비량이 급증했고, 그 결과 농심의 주가는 나흘 연속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이 2600억 원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 로제 역시 '아파트'로 공존의 히트를 기록한 후 영국 유튜브 채널 'LADbible Entertainment'에 출연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과자로 매운새우깡을 소개했다. 농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사 SNS에 바나나킥, 매운새우깡을 의인화해 만든 토크쇼 장면을 게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스타를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한 대표적 K-푸드로는 단연 불닭볶음면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미국의 유명 여성 래퍼 카디 비 역시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면서 직접 먹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K-푸드가 알려지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에 거부감도 적다. 상업적 의도를 가진 광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국을 예로 들어보자. 그의 불닭 소스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2023년 3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라며 '불닭 마요 들기름 막국수' 레시피를 공개하자, SNS 플랫 X 실시간 트렌드 1위에 'JUNGKOOK LIVE'라는 키워드가 올라왔다. 아울러 '불닭 소스', '막국수 레시피' 등 관련 키워드가 총 155개 국가 실시간 트렌드에 랭크됐다. 이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2022년 삼양식품의 불닭 등 소스 수출액이 119억 원이었는데, 2023년에는 161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K-푸드의 인기가 1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근했으나, 결국 그 맛과 편리성에 세계인이 반하고 있다. 김밥이 대표적이다. 김밥을 글로벌 시장에 알린 1등 공신은 지난 2022년 방영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당초 기대작이 아니었으나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된 후 주인공 우영우(박은빈)이 즐겨 먹는 김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인 한국의 김밥은 어떻게 글로벌 센세이션이 되었나'라는 기고문이 올라왔다. 실제로 이 드라마가 소개된 후인 2023년 8월, 미국의 대표적인 식료품점인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에서 냉동 야채 김밥을 출시했고, 창고형 대형 마트 코스트코에도 김밥이 등장했다. 그리고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 드라마가 끝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지만, 김밥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동안 편리함에 기대 샌드위치, 햄버거로 한 끼를 때우던 서양인들도 김밥 한 줄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K-푸드의 세계화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매출 상승으로 설명할 수 없다. K-콘텐츠는 기호에 따라 보지 않을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K-팝을 듣는 것이 삶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 문화는 다르다. 통상적으로 인간은 하루 3끼를 먹는다. 그 중 한 끼로 한식을 택한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K-푸드가 외국인의 삶 속에 깊이 침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K-콘텐츠는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