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미 대표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 살아남기] 〈8〉비상장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내부에서 시작한다

비상장사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언론에 등장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 IR 발표도 없는 기업이 언어를 설계해야 할 이유는 있을까. 오히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조직이 처음 시작되는 시점일수록 말과 방향, 언어와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비상장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상장사와 달라야 한다. 가장 큰 차이는 '말의 순서'다. 상장사는 외부 투자자와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가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상장사는 그 반대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선행되지 않으면, 외부 언어는 겉돌게 된다. 창업자와 팀원 간의 이해, 기업의 존재 이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공유가 선명하지 않다면 어떤 메시지도 지속될 수 없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설립 초기 '무형의 가능성'에 기대어 동력을 얻는다. 이때 언어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전을 구체화하며, 설득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핵심 팀원들에게는 이 언어가 곧 비전이며, 하루하루 반복되는 업무의 이유이자 버팀목이다. 결국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존재의 이유'를 공유하는 설계 행위이며, 언어로 문화를 만드는 작업이다.
비상장사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외부 투자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내부 팀원, 예비 인재, 정부와 정책 이해관계자까지 포함된다. 각각의 타깃에 따라 설계 목적은 달라야 한다.
첫째, 내부 구성원에게는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존재 이유를 공유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동기부여가 아닌, 조직 문화의 근간이자 핵심 팀의 유지를 위한 언어적 기반이다. 둘째, 투자자나 정부 관계자에게는 기업의 시장 해석력, 기술 가능성, 사업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전개해야 한다. 공공지원사업이나 초기 투자 심사에 있어, '말'은 종종 '성과'보다 먼저 평가된다. 셋째, 잠재적 합류 인재에게는 “이 회사에 오면 어떤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해야 한다. 채용 공고의 문장, 기업 블로그의 언어가 이직 결정을 좌우한다.
내부 언어가 정리되었다면, 외부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초기 기업의 외부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시장보다 좁고 명확하다. 정부 과제나 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공공 파트너, 기업을 평가하거나 투자할 가능성이 있는 벤처캐피털, 나아가 합류할 잠재 인재가 주요 대상이다. 이들에게 도달하는 방식은 '정제된 언어'보다는 '대표의 직접 설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표와 조직이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대표는 단순한 창업자가 아니라, 회사의 철학을 실현하는 1인 미디어이자 브랜드다.
물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언론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피칭이나 대외 발표 경험이 적은 창업자의 경우,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내는 데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시장은 멋대로 이야기한다. 창업자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거나, 회사의 방향이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기업은 초기에 핵심 키워드, 일관된 어조, 예상 질문에 대한 정리 등을 '언어의 틀'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메시지 키트, Q&A 매뉴얼, 사내 공유 문서 등은 그 시작점이다. 이 작은 설계가 기업의 미래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결정짓는다.
실제 사례를 보자. 한국신용데이터는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모든 과정이 쉬워지도록 돕는다”는 명확한 사명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쳐왔다. 이 회사는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라는 실질적 비전을 구체화하며, 창업자 스스로 기업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블로그와 언론 등을 통해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이나 투자 유치 시에도 신뢰 기반 언어를 구축했고, 언론과의 접점에서는 전문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설득력을 높여왔다. 이 일관성은 결국 우수 인재 확보와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졌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반면, 일부 스타트업은 빠른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업의 정체성을 설계하지 못한 채 신뢰를 잃기도 했다. 언어는 없고 확장만 있는 조직은 투자자와 정부, 언론은 물론 내부 팀원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대표자의 말이 곧 기업의 메시지로 작용하는 시기에 이 언어가 일관되지 않거나 방향이 흐릿하면, 의도치 않은 해석이 더 큰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없던 자리를 루머와 오해가 채운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다. 비상장사는 내부 언어를 정립함으로써만 외부와 연결될 수 있다. 말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이 대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대개 진실이 아니다.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hloemoon@thecompani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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