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내각 구성의 첫 단추, 어떻게 끼워지고 있나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첫 내각 구성에 속도를 냈다. 강도 높은 개혁이 예고된 자리에 현직 국회의원을 다수 발탁한 점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후보자들의 자질과 역량 검증을 위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인사청문 정국의 시작이 예고됐다.
이 대통령은 전체 19곳 정부 부처 가운데 17곳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했다(7월3일 기준, 〈사진〉 참조). 6월23일 국방부 장관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교부 장관에 조현 전 외교부 제1차관,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총 10명을 지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유임시키기로 했다. 6월29일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에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교육부 장관에 이진숙 전 충남대학교 총장, 법무부 장관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사장),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지명된 장관 후보자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17명 중 7명이 현직 의원이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당시에는 추경호(기재부), 권영세(통일부), 박진(외교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등 현직 의원 4명이 장관에 발탁됐다. 이번에 지명된 의원 출신 후보자 중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5선 의원이다. 내란 청산과 검찰개혁, 한반도 긴장 완화 등 굵직한 정책 변화가 예고된 부처에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을 배치했다. 이 대통령이 부산 이전을 공약한 해양수산부에도 3선 전재수 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낙점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한국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로 재직하던 중 장관 지명을 받았다.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다. 2017년 정의당에 입당해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후보 캠프의 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김 후보자는 6월23일 장관 지명 발표 때도 부산에서 김천으로 가는 ITX 새마을호 열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 안동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과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한 보수 정치인이다.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장관으로는 유일하게 유임이 결정됐다. 전 정부에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양곡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을 ‘농망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어 유임 결정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장관 인선 발표와 함께 후보자들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검증도 시작됐다. 의혹 제기와 논란의 대상이 된 후보자들도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남 뉴타운 지정 직전에 도로 부지를 매입해 10억원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한남뉴타운 제3구역에 있는 해당 부지를 2003년 5월 매입해 2020년 12월 매각했다. 부지 매입 당시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파견 근무 중이었던 조 후보자가 뉴타운 지정 계획에 대한 내부 정보를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그가 대통령 비서실에 근무한 기간은 2003년 5월부터 2004년 7월까지다.
현직 기관사부터 전 정부 장관까지
조현 후보자는 ‘배우자가 부동산에서 조언을 받아 매입한 것’이며 “청와대에서 세세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때 한남동 구역 재개발은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독립 생계라는 이유로 공직자 재산 신고에 고지를 거부해온 아들 내외에게 아파트 매입 자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현 후보자는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경력을 시작한 직업 외교관이다. 다자외교조정관과 오스트리아·인도·유엔대표부 주재 특명전권대사, 외교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신고한 가계 재산 총액은 약 22억원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이다. 2021년 발표한 LG의 거대언어모델(LLM) AI ‘엑사원’ 개발을 이끌었다. 신고한 가계 재산 총액은 약 36억9000만원이다. 배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 신고에 부모의 재산을 기재하지 않았다. 독립 생계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시사IN〉이 배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확인한 결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총 2500만원의 세금 공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6억원대 연봉 후보자가 부모를 부양한다며 연말정산 혜택은 챙기고, 부모의 재산 공개를 거부한 것은 탈세 의혹과 검증을 회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명 철회 요구하는 모교 구성원들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2023년과 2024년, 중복되는 기간에 서울·경기 의정부·부산 등 전국 각지에 있는 대학이나 업체에 근무한 대가로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이 확인한 권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2023년에는 특임교수로 재직한 경기 의정부시 소재 신한대학교로부터 받은 2400만원과 배우자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삼계탕집 급여로 받은 1330만원에 더해 부산 소재 물류업체로부터 1800만원, 서울 강남구 소재 산업용 자재업체로부터 1800만원, 서울 종로구 소재 인쇄물 도매 업체로부터 1050만원의 급여를 받아 총 8380만원 소득을 벌었다.
권 후보자가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하지 않아 부채로 남아 있는 2억7462만원도 있다. 권 후보자는 2018년 경북도지사 선거에서 선거비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받았으나 2021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의2는 당선무효형인 징역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후보자는 ‘해당 판결에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준비 중이므로 반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포함해 약 440억원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임명이 성사되면 문민정부 이래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장관이 된다. 한 후보자는 엠파스 검색서비스본부장이던 2005년 음란물 유포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이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성인 콘텐츠가 음란물을 대량 유포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결과다. 한 후보자는 컴퓨터 전문지 기자, 엠파스 공동창립을 거쳐 2007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 들어갔다. 이후 네이버의 성장을 주도하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몸담은 모교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충남대 민주동문회와 같은 학교 철학과 양해림 교수는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함께 냈다. 민주동문회와 양 교수는 이 후보자가 한밭대학교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행정으로 내부 구성원의 반발을 샀고 학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충남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모교로 돌아와 교수로 활동하며 학장과 총장을 지냈다. 국립대 첫 여성 총장이기도 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미래 인재 육성과 국가 교육 균형발전에 힘쓸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민 추천제를 통해 다수 추천이 접수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나 인사청문 요청안을 제출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6월27일 국방부·외교부·보훈부·환경부·과기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속속 제출되면서,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인사청문 정국이 시작될 예정이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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