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기록적 폭염 속, 삶을 지키는 물과 땀방울

신현종 기자 2025. 7.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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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전 중구 어남동에서 밭일을 마친 노부부가 마당 수돗가에서 시원하게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신현종 기자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에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 기온은 역대급이란 말이 붙어 다닐 정도로 치솟고 있으며,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을 훌쩍 넘어선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에 의지해 가까스로 더위를 피하고 있지만,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는 순간 몰아치는 열기에 숨이 턱 막힌다.

엄청난 무더위 속 누구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농업인과 건설 노동자, 환경미화원, 택배 기사 등은 냉방 장치 없이 폭염 아래 장시간 노출되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지난 11일 폭염 속에 농사조차 엄두 내지 못한 채 방치된 충남 금산의 한 밭의 모습. /신현종 기자

실제로 밭일을 하던 농업인이 쓰러지거나 택배기사가 작업 중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르면서, 폭염 속 노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철 농촌은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체감 온도가 극단적으로 상승한다. 시설 하우스 내부는 외부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높아지는 경우도 있어, 이 안에서 작업하는 농업인은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고령 농업인의 경우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지난 8일 대전 유성구 성북동의 한 한우 축사에서는 농장주가 고무호스로 축사 주변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신현종 기자

여기에 전국적으로 마른장마도 지속돼 농가들은 가뭄과 고온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1일 충남 금산의 한 농가는 들깨 모종을 심어야 하는 시기임에도 비가 오지 않아 파종을 망설이고 있었다. 심더라도 자라지 못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대전 중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인석(73)씨는 “여름철 밭일은 늘 온열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며 “예년엔 집에 돌아와 아내가 뿌려주는 물에 등목을 하면 피로가 씻기는 느낌이었지만, 올해는 더위가 너무 심해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고 토로했다.

농촌진흥청 등 관계 기관은 “폭염 특보가 연일 발효되고 있는 가운데, 한낮 야외 작업을 자제하고 나 홀로 작업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며 “작업 중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그늘에서 자주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더 이상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단순한 경각심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일 대전 유성구 도심에서 구청 직원이 살수차를 이용해 도로에 물을 뿌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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