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진의 순간'을 포착하다, 미얀마 지진(2025)"

인류는 전쟁, 달 착륙, 화산 폭발 같은 극적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영상 기술이 발명된 19세기 말 이후 130여 년 동안 수많은 사건이 영상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단 하나, 지진만큼은 예외였다.
흔히 지진 영상을 떠올리면, 강한 진동에 물건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휘청이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는 지진으로 인한 진동, 즉 '지진파'를 기록한 것이다. 정작 지진의 본질인 단층이 갈라지는 찰나는 지금껏 영상으로 포착된 적이 없었다. 이 통념을 2025년 미얀마에서 발생한 강진이 깼다. 사상 처음으로 단층 파열 과정 그 자체가 영상에 담긴 것이다.
2025년 3월 28일,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에서 시작된 지진은 남쪽 타웅우까지 이어졌다. 규모 7.7의 이 지진으로 사상자는 1만 5000명을 넘었고, 주택과 학교, 다리, 공항 등 주요 기반 시설이 붕괴했다. 단층의 북쪽 끝에서 시작된 파열은 남쪽까지 450㎞ 거리를 따라 2분만에 이어졌고, 이는 서울과 부산보다 먼 거리를 초속 3㎞ 이상의 속도로 땅이 갈라지듯 진행된 것이다.
단층이 갈라지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유리에 금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유리가 깨질 때 금은 순식간에 퍼지고, '쨍'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진도 마찬가지다. 땅이 실제로 갈라지는 순간이 지진이며, 그 뒤를 따라 퍼지는 진동이 지진파다. 지진파는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도달하는 'P파'는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전달되는 파로, 고체나 공기를 가장 빠르게 통과한다. 이후 도달하는 'S파'는 옆으로 흔드는 전단파로, 속도는 느리지만 흔들림은 더 크다.
지금까지 지진 연구는 지진파를 분석해 지진을 간접적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미얀마 지진에서는 우연히 단층 방향을 향하고 있던 태양광 발전소의 감시카메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화면 속에는 단층의 반대편 지반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땅과 땅이 약 6m 가까이 어긋나는 과정이 선명히 기록됐다. 주차된 자동차만 보고는 그 차가 과속했는지 알 수 없다. 지진도 마찬가지다. 지진이 끝난 뒤 남은 흔적만으로는 땅이 얼마나, 어떤 속도로 움직였는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예컨대 6m가 어긋났다고 해도 처음 1m는 급격히, 나머지 5m는 천천히 벌어졌을 수 있다.
이처럼 파열 속도의 시간적 분포는 지진 모델링의 핵심이지만, 지금까지는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상은 그 과정을 처음으로 직접 보여준 사례다. 이번 지진 영상은 마치 블랙박스처럼 지진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지진의 '실체'가 영상으로 기록된 지금, 우리는 그 파괴적 자연현상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더 정교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지진은 땅속 깊은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쌓인 힘이 한순간에 터지며,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찢김'이 지표면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지진은 에너지의 해방이자, 지구 내부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우리가 지각하는 흔들림은 그저 여파에 불과하며, 진짜 변화는 지하 수십 킬로미터 아래에서 일어난다. 이번 미얀마 영상이 특별한 이유는, 그 보이지 않던 지진을 처음으로 눈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마치 커튼 뒤에 있던 무대의 중심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 영상이 모든 의문을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 촬영된 위치는 단층 전체에서 한 지점에 불과하고, 영상의 해상도나 촬영 각도에도 제한이 있다. 지진이 일어나는 깊은 지하에서 움직임은 여전히 직접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번 영상은 지진 연구에 있어 결정적인 첫걸음이다. 땅이 갈라지는 찰나를 포착한 이 기록은, 과학이 그동안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지진의 실체에 다가가는 첫 창이었다. 그리고 이제, 인류는 그 창 너머를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볼 준비를 시작했다. 임호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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