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가 75살 이상’ 일본에선…“더 인간적인 돌봄로봇 필요”
<span style="color: rgb(231, 0, 18);">⑬로봇이 노인을 돌볼 수 있을까 (하)</span>
인터뷰 | 사이토 가즈히로 일본 솜포케어 시니어 리더

지난 연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한국 사회가 바짝 긴장했다면, 일본에선 이른바 ‘2025년 문제’가 예고돼 왔다. 올해 800만명에 이르는 일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베이비부머)가 모두 75살 이상 후기 고령자가 됨에 따라 부양 부담이 커지는 등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은 국민 5명 중 1명이 65살 이상 노인이지만 일본은 75살 이상이 같은 비중이다. 일본이 돌봄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에 일찌감치 착수했던 것도 이런 고령화 진전 속도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5월29일 한겨레와 만난 일본 솜포케어의 사이토 가즈히로 글로벌전략실 시니어 리더는 “(돌봄을 받아야 할 고령자가 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돌봄만 계속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997년 설립된 솜포케어는 개호시설(요양시설)과 그룹홈 운영은 물론이고, 방문요양과 주간보호까지 통합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사이토는 이날 국립재활원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돌봄로봇 정책 심포지엄’ 등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기존 방식의 돌봄만으로 어려운 이유는?
“2040년까지 약 57만명의 개호직원(요양보호사)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첨단 기술의 활용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간 실시간으로 고령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 개호직원을 보조하기 위한 기술, 고령자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반려로봇 등 다양한 연구개발이 이뤄져 왔다. 정부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지원하는 조직을 만드는 등 기술 활용을 장려한다.”
―서구와 다른 일본만의 특징이 있다면?
“서구의 돌봄은 의료의 연장선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일본에선 (요양시설에서 지내더라도)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차이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솜포케어에서 활용하는 돌봄로봇 사례를 소개해달라.
“우선 머리에 인공지능 센서를 달고 눈으로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할 줄 아는 반려로봇 ‘러봇’(LOVOT)을 고령자의 외로움을 덜고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쓰다듬어 주면 마치 반려동물처럼 반응을 보인다. 또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너식 의자에 앉아 간편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목욕 장비도 쓰고 있다. 고령자의 신체 노출을 줄여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이점이 있고, 두명이 한시간 동안 하던 일을 한명이 30분 만에 끝낼 수 있어 직원들의 부담도 덜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와세다대 연구진이 기저귀를 가는 등 돌봄 기능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AIREC)을 선보였는데.
“뛰어난 연구개발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유리 등 투명한 물건을 감지하고 힘의 강도를 조절하는 등 그간 로봇이 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활용도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아직 실제 투입되기엔 갈 길이 멀다. 더 다양한 행위에 대해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는지 검증하고 있는 단계다.”

―왕성한 돌봄로봇 개발에 견주면 아직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병이나 요양은 매우 인간적이어야 하는 일이다. 이를 로봇에게 맡기는 것이 쉽지 않다. 방광 초음파 기능이 있는 ‘디프리’의 경우, 고령자들이 몸에 붙여야 하는데 그런 과정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사자에게 외면받으면 제품이 보급되기 어렵다. 또 로봇을 사용하는 직원들이 익숙하게 잘 다루지 못한다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업계 입장에선 이익이 적은 탓에 도입할 재정적 여유가 넉넉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국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이 있나?
“한국은 유교권 국가로 사고방식과 문화가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일본보다 디지털 문해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술개발 협력의 유인이 크다.”
―돌봄에 대해 일찌감치 고민해온 입장에서 한국에 들려줄 조언이 있다면?
“요양시설은 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머무른다면 낙상을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 신체구속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생활의 공간에서 그럴 수는 없다. 당사자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인력을 투입해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고령자가 안심하고 자립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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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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