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의힘, 고쳐쓰기 힘들다면 불태워라

국민의힘의 추락에 날개가 없다.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전대미문의 친위쿠데타와 대선참패에도 각성이 덜 됐는지 혁신방안을 놓고 계파 불문하고 '내부 총질', '물타기' 운운하며 반발이 거세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13일 "탄핵의 바다로 다시 꽉꽉 머리를 누르고 있는 분들이 인적쇄신 0순위"라며 "당이 여기까지오는데 많은 잘못을 하신 분들이 개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와의 단절 실패, 한밤중 후보 교체, 단일화 약속 파기, 의원들의 관저 시위 등 8가지 사례를 꼽았다. 나아가 "당이 새로워지겠다는 걸 방해하고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분들은 당을 떠나야 한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혁신안은 벌써부터 내부저항에 부딪쳐 립서비스 이상의 추진력을 장담하기 힘들다.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는 정치적 자충수", "남탓하며 내부 총질하는 못된 습성"이라는 저항의 목소리가 나왔고, 안철수 의원도 "단일지도체제는 당내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며 지도체제 개편방향을 비판했다.
켜켜이 쌓인 기득권구조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기형적인 당 구조에 해답이 있다. 지도체제와 당원구조를 관통하는 흐름은 기득권이다. 주류 기득권세력은 스스로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틀로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집권여당의 당대표를 맡은 이준석, 김기현, 한동훈 세 사람의 재임기간을 합하면 1년 5개월. 나머지 기간은 권성동-주호영-권성동-정진석-윤재옥-황우여-권성동-권영세-권성동-김용태-송언석 순으로 당을 책임졌다. 하나같이 원내대표 겸직 대표권한대행이거나 비대위원장들이다. 비정상이 일상화된 지도부, 민주정당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당원이 뽑은 당 대표는 훅 불면 날라가는 '바지사장'으로 격하시킨 반면 윤핵관 원내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면서 하향식 지배구조가 고착화됐다. 친윤 기득권세력이 현역의원 과반만 움직이면 입맛대로 원내대표를 뽑을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이 손쉽게 당을 장악할 수 있는 괴물같은 구조가 탄생한 것이다.
지역기득권=전제적 과두정치 양상
당내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국민의힘의 모습은 흡사 '전제적 과두정치'에 가깝다. 국민의힘에 몸담았던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이 조직정치에서 못 벗어나면 이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 분들은 지금 불안감이 없다"고 말했다.
기득권의 썩은 물은 신진대사를 멈추게 한다. 정당한 비판을 '분열과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는 풍토 속에서 능력있는 인물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과거 민정계에 민주계가 도전하고, 이회창은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치받고, 차떼기당 오명 속에 쇄신파가 혁신을 외친 것처럼 보수정당은 주기적인 세력교체 내지 혁신 요구로 일정 정도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탄핵의 강도 건너지 못한 국민의힘이 뒤늦은 혁신마저 주저한다면 보수에 미래는 없다.
불태우고 다시 지어야…인적청산, 당원개혁, 혁신의 에너지 필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약자를 배려하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세워 13년만에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노선의 재정립을 통해 '무능한 보수'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란을 극복하고 지역정당의 체질을 바꿀 혁신의 에너지와 대안적 힘이 있느냐 여부다. 총선이 멀어서인지 아직은 경각심과 절박감이 한참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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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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