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여름에 들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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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여름 풍경'이란 뜻이다.
시인은 자세히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불어난 강물은 여름마다 누군가를 삼킨 전력이 있을까? 시인은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서서 '어떤 불길함'을 예감한다.
평화도 열기도 아름다움도 있지만 위험도, 죽음도 서려 있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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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여름 풍경’이란 뜻이다. 시인은 자세히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징검돌 같은 문장을 강물에 툭툭 얹어둔 것처럼 무심한 언술인데, 왜 이리 깊고 아득해질까. 아이들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하니 시간은 초저녁쯤 될 것이다. 그곳에 엷게 퍼져 있는 수박씨 냄새라니, 섬세한 필치 아닌가! 이 시를 알기 전에는 수박씨 냄새를 떠올린 적 없었다. 수박을 먹다가 손끝으로 살살 씨를 파낸 적 있고 오물오물 먹다 입에 걸리는 수박씨를 얼굴 위로 뱉는 장난을 친 기억을 더듬으니, 과연 수박은 과육과 껍질과 씨의 냄새가 조금씩 다르다.
이 시는 세번째 행이 하이라이트다. 불어난 강물은 여름마다 누군가를 삼킨 전력이 있을까? 시인은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서서 ‘어떤 불길함’을 예감한다. 세번째 행으로 시적 긴장과 이미지의 파고가 생긴다. 이어서 들리는 “어린 개의 재채기 소리”는 긴장을 누그러뜨린다. 독자를 서늘한 예감의 세계에서 청각(현재)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인간은 행도 불행도 점칠 수 없지만 천진한 “어린 개”의 기척은 생생하다. 이 시를 태평하게 읽기도 하고 마지막 문장에서 왠지 안도하며 읽기도 하고, 알쏭달쏭한 맛에 빠져 반복해 읽기도 한다. 참 매력적인 시다.
한낮에 광화문 거리를 걸으니 어디서 큰 동물이 화염을 내뿜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살갗에 화기(火氣)가 느껴진 날, 야외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더위에 숨졌다는 뉴스를 들으니 끔찍하고 마음이 아프다. 평화도 열기도 아름다움도 있지만 위험도, 죽음도 서려 있는 여름이다.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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