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전통주 인문학 프로그램 늘어난다

여름이면 매년 하는 도서관 강의가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맥주와 전통주 인문학 강의다.
지난 주말 대구 남구의 대명어울림도서관에서 '시원한 맥주 인문학' 강의를 했다.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맥주 기초, 맥주 맛있게 마시는 방법, 궁금했던 맥주이야기와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맥주 시음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참석한 30명은 모두 재미있어 하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름 전에는 대구 북구 서변숲도서관에서 야간 인문학프로그램 중 하나로 '한 잔 인문학' 강의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 잔에서 피어나는 술 문화'라는 주제로 12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전통주와 수제맥주를 직접 시음해보는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 도서관 측은 "일상 속에서 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는 7월 28일(월)에는 '고귀한 한 잔, 전통주의 품격'을 주제로 전통주의 발효과학에 대해 강의를 할 예정이다.
서변숲도서관의 '한 잔 인문학' 프로그램은 강의 시작 전 간단한 시음을 하는 게 특징이다. 6월의 시음주는 삼양주와 과하주였다. 과하주를 시음주로 선택한 것은 이날 강의주제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전통주가 왜 맥주나 와인보다 더 고급술인가를 주제로 다루다보니 한국전통주와 사케, 한국전통주와 와인을 만드는 과정, 완성된 술의 맛과 향을 비교할 수밖에 없고 직접 과하주의 맛과 향을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구일보 고정칼럼 '박운석의 우리술 이야기'에서도 몇 번 다룬 적 있는 과하주는 발효주인 막걸리에 그 발효주를 증류한 증류주를 넣어 알코올 도수를 18~20%로 높인 술이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알코올도수가 낮은 발효주가 쉽게 상할 수밖에 없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인 방법이었다. 똑같은 배경과 같은 제조방법으로 탄생한 유럽의 포트와인과 비교해도 맛과 향에서 뒤지지 않는 술이기도 하다.
참석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한국전통주 중에서 이런 술도 있었나'하는 놀람이었다. 직접 과하주를 마셔보면서 맛과 향이 기막히다는 반응도 보였다.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으로 비교해 봐도 과하주가 포트와인보다 100년이 앞선다는 사실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포트와인은 세계적인 명주로 올라선 반면 과하주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서도 놀란다.
7월말의 '한 잔 인문학' 강의는 한국전통주의 과학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제대로 정성을 들여 빚은 전통주에선 과일향과 꽃향이 난다. 쌀과 물, 누룩만으로 빚어도 좋은 향이 나는 비결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조상들의 과학적인 지혜는 양조장의 설계와 공간 배치에서도 드러난다. 양조장의 구조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배치해놓았는지도 다룬다.
이날의 시음주는 청명주와 탄산막걸리다. 장기저온발효와 산장법이라는 과학적인 술빚기로 완성한 술이 청명주다. 깔끔한 신맛의 비결을 찾아보는 시간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술 강의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각 시군단위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수제맥주, 전통주 교육이 활성화 된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요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젠 수제맥주 뿐 아니라 한국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국의 많은 양조장에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해내고 또 이런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물론 술을 마시는 문화가 바뀐 영향도 크다. 흥청망청 마셔대던 분위기는 없다. 이젠 각자가 좋아하는 술 한 병 정도를 마시다보니 이왕 마시는 김에 비싸더라도 내 입맛에 맞는 술을 찾 게 된다.
이런 변화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전통주 인문학' 프로그램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여러 가지 전통주를 찾아 즐기면서도 제대로 알고 마시고 싶은 것이다. 사실 한국전통주는 알면 알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술마다 얽힌 이야기가 있고 맛과 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제대로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전통주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박운석(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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